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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공자위원장의 민영화 고민

  • 2015.05.29(금) 15:52

중동 국부펀드에 러브콜, "투자성향 전환, 큰 딜에 부담"
공자위 잔여 임기 4개월 뿐 "조만간 논의 시작"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사진)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최근 민영화 업무를 맡는 김승규 우리은행 부사장과 함께 중동 국부펀드를 방문하고 나서다.

 

박 위원장은 중동 국부펀드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 들른 데 이어 모건스탠리가 지난 19~21일 영국 런던에서 연 '2015 글로벌 이머징마켓 콘퍼런스'에도 우리은행과 함께 참석했다. 이례적인 만큼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지난해 시도했던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가 무산되면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51%를 4~5%씩 쪼개 파는 방식이다. 박 위원장은 중동 국부펀드를 떠올렸다.

중동 국부펀드는 10여 년 전부터 활발한 해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해외 기관의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많은 지분을 인수하는 큰 딜을 주로 해 왔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직접 중동 국부펀드를 방문한 것도 여전히 큰 지분투자를 하는지, 한국에 관심이 있는지 등의 동향과 투자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결론은 기대했던 수준의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사의 투자전략이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바뀌어서 지분 1% 내외는 몰라도 4~5%의 큰 덩어리 투자에 대해선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 같았다"며 "이 정도는 투자본부장이 아니라 수뇌부나 이사회 등의 고위층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가 중동 국부펀드에 관심을 쏟는 것은 펀드의 규모도 클 뿐 아니라 10년~20년 장기투자를 하는 성향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하게 되면 일부는 이러한 장기투자자가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과거 국내 은행을 인수했던 해외 사모펀드(PEF)에 대한 안 좋은 경험도 국부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성향이 다소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진 못한 것이다. 투자 전반의 상황도 우리은행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런던 IR에 참석한 김승규 부사장은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의 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이 떨어지고, 정부가 수수료 등의 가격에 간섭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면서도 "호전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공자위 민간위원들의 임기는 오는 10월 10일까지다. 4개월 정도 남았다. 이 기간에 새로운 매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조만간 공자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공자위원들이 그동안 우리은행 민영화를 고민해왔던 사람들이니 임기가 끝나기 전에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자위도 지금까지 네 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하면서 경영권 지분 매각 방식으론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남은 방법은 완전 분산매각과 과점주주 매각 정도다. 완전 분산매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값도 제대로 받을 수 없어서 제외하더라도, 중간단계로 과점주주 매각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위원장은 "과점주주 매각방안이 해 본 적도 없고, 투자자 모으기도 쉽지 않고, 은행법상 제약도 있어 어려운 대안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방향을 설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영화와 과점주주 매각방안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민영화보다 규제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정치적으론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정책 동력을 잃어가는 시점이기도 하다. 공자위원들의 임기도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어떻게 해법을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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