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의 고삐가 완전히 풀렸다.
올 4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봄 이사 철이 겹친 탓에 주택담보대출이 8조 원이나 늘면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메르스 사태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가계부채가 만만치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4월 가계대출 10조 급증
한국은행이 9일 공개한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4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2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 1000억 원 늘었다.
월별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이 10조 원 넘게 늘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최대 기록은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확 푼 직후인 지난해 10월의 7조 8000억 원이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8조 원이나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기타대출은 2조 1000억 원 증가했다.
취급기관별로는 은행 대출이 8조 7000억 원으로 증가액의 90% 가까이 차지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1조 4000억 원 증가에 그쳐 작년 4월 2조 2000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 2013년 이후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월별 증가액 |
◇ 6월 금통위의 선택은
4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정부가 지난해 시중은행 부동산 대출 문턱을 확 낮춘 가운데 최근 부동산 경기회복과 함께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올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린 데다, 안심전환대출이 나오면서 전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고공행진은 오는 11일 기준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정부의 기조에 맞춰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더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부양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역할론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