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추이는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가계대출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로 이뤄진 탓에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급증하고, 그렇지 않을 땐 주춤했다. 그러다 보니 가계대출 규제 역시 은행 건전성보단 부동산 경기 조절용이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인 부동산 대출 규제로 꼽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로 치닫던 2006년 도입했다. 2002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도입과 함께 2003년 종합부동산세, 2004년 다주택 중과제 등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자 확실하게 돈줄을 조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DTI를 꺼냈다.
정부는 2005년 8월 일부 대출자에 대해 DTI 40%를 적용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06년 수도권 6억 원 초과 아파트의 모든 대출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2007년엔 분양가 상한제도 도입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강공책으로 일관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2009년 강남 3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 DTI 규제를 2011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은행 자율에 맡겼다.
정부는 부동산 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2011년부터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다. 그해 6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함께 변동금리·일시상환 위주의 가계대출 구조를 고정금리·분할상환 위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한다. 지난해 2월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엔 그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꼽히던 LTV·DTI 규제도 사실상 완전히 풀었다. 여기에다 작년 말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비롯한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를 관철한 데 이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6년 12%에 근접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DTI 도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와 함께 총량관리에 나섰던 2012년엔 5%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LTV•DTI 규제를 푼 후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올해 내내 고공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