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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선봉 이주열, 언제까지 내달릴까

  • 2015.06.12(금) 14:12

취임 후 벌써 네 번째 금리인하…추가 인하 주목
메르스 확산·정부 부양책 강도 따라 판가름날 듯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또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4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후 벌써 네 번째다. 그 사이 기준금리는 2.5%에서 1.5%로 1%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1% 금리 시대를 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언제까지 금리 인하 행진을 이어갈까? 금융시장에선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젠 기준금리가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반면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과정에서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 정도와 함께 추경을 비롯해 정부가 내놓을 추가 부양책의 강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결과는 메르스의 한판승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린 이유는 메르스 사태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이 강했다. 사실 6월 금통위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3월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아직 효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데다, 소비지표가 일부 개선되면서 미약하나마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긴 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예단하긴 어려웠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분명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갈수록 더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내린 후 정부를 향해 재정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선 점도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메르스의 한판승이었다. 실제로 이주열 총재는 급작스러운 메르스 사태로 경제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 금리인하 이번이 마지막

그렇다면 기준금리는 어디까지 내려갈까? 금융시장은 일단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더 내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른 데다, 우리 경제가 최소한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과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 등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도 마냥 무시할 순 없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내년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인상 논의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그동안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이젠 정부가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추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정부도 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데 베팅했다. 채권금리도, 주가도 보통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와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이제 기준금리를 더 내리긴 어렵다는 공감대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기준금리 더 내려갈 수도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기준금리를 다시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들어 수출이 다섯 달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소비심리도 다시 꺾이는 모양새다.

이주열 총재가 지적한 대로 가계부채가 당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파장 역시 과거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의 경제 연관성이 약해진 데다, 자본유출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미국 경제의 향방에 한국 경제가 움직이면서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나타났다”면서 “반면 지금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어 통화정책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와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 의지가 앞으로 기준금리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재정 건전성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정부가 재정 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한국은행이 다시 선봉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가 경제 성장세를 더 훼손시키고, 하반기에 재정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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