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돈 벌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새로 생기는 제도나 서비스가 소비자 편익 측면에선 좋지만, 은행 입장에선 경쟁 심화 등으로 비용 부담은 커지고, 수수료 수익은 줄어들 수 있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은행들은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그나마 있던 것들도 빼앗길 처지다. '첩첩산중'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국내은행의 이익이 2007년 15조원대까지 올라갔는데 이제는 5조~6조원 대로 고착되는 분위기"라며 "최근 소비자 편익 증대는 거스를 수 없는 바람이지만, 은행 입장에서 돈 벌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1. 계좌이동제
계좌이동제는 궁극적으론 특정 은행에서 한꺼번에 자동이체를 변경해주기 때문에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들은 집토끼(기존 고객)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집토끼 지키기를 공짜로 할 수 있나? 금리 0.1%라도 더 주고, 수수료도 깎아줘야 한다.
이미 우리은행은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내놨다. 기존에 까다로운 우대 혜택의 조건을 단순화 해 수수료 면제나 대출 금리 우대 및 캐시백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국민은행도 'KB스타클럽제도'를 통해 각종 수수료 면제, 예금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준다. 신한은행도 '신한주거래 패키지 상품'을 이달 중순에 내놓을 예정이다.
결국 이런 것들은 단기적으론 은행들의 비용 부담을 높인다.
2. 인터넷 전문은행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간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를 통해 기존 은행의 혁신을 꾀할 의도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단순히 금리경쟁이나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그 비중이 단기적으로 커지진 않겠지만, 어쨋든 기존 은행 수익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 외환이체업
국내은행의 지난해 이익 구조를 보면 이자이익은 34조 9000억 원, 비이자이익은 3조 6000억 원으로 11대 1 수준에 그칠 정도로 비이자이익은 빈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이체업의 도입으로 그나마 있던 수수료 수익을 나눠먹어야 할 처지다. 은행들은 2000달러 송금하는데 4만 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겨왔다. 카톡송금 등의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면 일정 부분은 그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도 벌어질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반가울리 없다.
4. 비소구대출
가계부채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 완화 차원에서 검토되는 비소구대출. 당장은 시범 운영이지만 확대시행되면 은행으로선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존엔 대출자가 담보로 맡긴 집값이 대출금보다 하락해도 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대출을 상환받을 수 있었다. 앞으론 이런 가압류 등을 할 수 없게 되면 떨어진 집값과 대출금의 차액을 고스란히 은행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충담금 부담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