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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몰린 은행, 기업도 위기

  • 2015.08.12(수) 09:05

[Inside Story]
조선업 중심 대기업 대출 축소
중소기업 대출 부실도 잠재

"은행은 수익성 부진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반기 국내 은행의 영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0일 '2015년 하반기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실제 은행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어느 하나 유리한 게 없습니다. 저성장과 저금리로 이자 이익 감소는 고착화하고 있고,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 이익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은행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도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계좌이동제 도입, 외국환 업무 규제 완화 등은 은행 산업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기존 은행에는 당장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은행이 이런 환경 변화를 관망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핀테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은행원들이 점점 길거리에 나가 영업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 대기업 대출 '리스크' 경고음

이런 움직임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공격 전략'이라면, 당장 수익 저하를 막기 위한 '수비 전략'도 필요합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감축과 점포 통폐합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기업 대출은 그동안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통했지만,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부실 대기업이 늘자 '최대 리스크'로 전락했습니다.

대기업 대출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는 국내 은행권에 대해 "조선, 건설, 해운, 철강 등 '고위험' 업종에서 기업대출 관련 우발적 위험이 상당하다"고 지적합니다. 올 2분기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경계의 시각을 거두지 않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줄어드는 추세였던 은행들의 대손 비용도 올해 들어서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경남기업과 포스코플랙텍, 대우조선해양 등 일회성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경기 악화가 계속되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 중소기업 대출 부실 우려도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년간 대기업 대출을 9% 가까이 줄였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출 역시 더욱 깐깐하게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최근 소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기업부문의 성장성·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실물부문 악화가 기업대출 부실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자산규모 하위 25%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부채의 70%를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있고 57%는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향후 시장금리가 인상될 경우 유동성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보고서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권의 행태가 매번 비판을 받지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은행 입장도 이해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기 전에, 정부 차원의 산업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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