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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NS 맞춤법 깨면 대출금리 올라요

  • 2015.09.18(금) 16:14

 

#에어컨 시래기(실외기), 쇠뇌교육(세뇌교육),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골이따분한(고리타분한) 성격.

 

인터넷에서 유머로 돌고 있는 이른바 '맞춤법 파괴자'의 사례입니다. 한글 맞춤법 하나하나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면 '파괴자'라고 할만 하죠. 사랑스러운 애인이나 믿음직스럽던 친구가 이런 문자를 보내면 순식간에 신뢰가 추락할 수 있을 거니까요.

 

 

그런데 이런 맞춤법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맞춤법 파괴가 단순히 웃음거리를 넘어서 내 '신용평가등급'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습관과 댓글들, 지인들이 남긴 평판, 올린 글의 문장 특성 등도 모두 평가 요소입니다. 심리테스트를 신용평가에 이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법으로 당신의 평소 습관과 심리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기법은 고객의 신용도, 즉 신뢰를 평가해 상품 가격을 책정하는 금융사들이 주로 활용합니다. 아직 빅데이터 발전이 더딘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하지 못했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 맞춤법·SNS 평판으로 신용평가

 

외국의 대표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대학의 아심 크와자 교수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평균 15% 정도 덜 연체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은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사람일수록 원금 상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특성을 이용해 이를 신용평가 변수로 이용합니다.

온라인 평판을 조회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맺은 친구 중에 연체자가 있으면 감점, '자동차 사고', '실직'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출현 빈도가 높아도 감점합니다. 대출 신청자가 레스토랑 사장이라면, SNS 평판은 물론 레스토랑 리뷰 사이트 평점이나 댓글 등을 조사해 신용등급에 반영합니다.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 클릭 속도·운전 습관까지

 

그럼 온라인에 글을 안 남기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온라인에서의 무의식적인 습관도 '분석 대상'입니다.

 


꼼꼼한 사람이 연체를 덜 한다고 판단해, 상품약관을 제대로 보지 않고 '확인'을 클릭하는 사람은 신용도를 감점합니다. 대출서류 열람 속도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심리학에 근거해 고객의 '인성'을 판별하기도 합니다.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100달러가 생기면 무엇을 할지' 등을 묻거나 그림을 선택하게 해 고객의 심리를 테스트하는 겁니다.

보험사의 경우 운전 습관이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험료를 책정하기도 합니다.

 

 

◇ 핀테크 업체 중심 도입 활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유사한 기법을 이미 활용하는 업체도 있고, 한창 준비 중인 곳도 많습니다.

핀테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P2P(Peer-to-Peer Lending) 대출 서비스 업체들은 기존 신용평가등급에 더해 SNS 등을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합니다.

▼참고할 만한 기사

[POST]사채의 변신, P2P 대출 '빛과 그림자'

 

대형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예를 들어 KB금융은 한국NFC, 건국대학교와 합심해 SNS 기반 신용평가체제 구축에 나섰습니다.

 

신한은행도 최근 핀테크 벤처기업 비모와 제휴를 맺고 신용평가 시스템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비모는 P2P대출 서비스인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업체로, 빅데이터 분석과 심리학 이론을 결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KT와 흥국화재는 운전습관연계보험 상품에 대한 시범 서비스를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급제동, 장기과속, 주행거리 등을 모두 분석해 보험료를 내리거나 올릴 계획입니다.

 

 

◇ 인터넷은행서 활용 전망

 

물론 이런 시스템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석을 당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해당 금융사의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동의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이런 분석 시스템에 동의하면 금리나 수수료 등 상품가격을 낮춰주는 방식도 예상합니다.

최근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이런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용평가의 새로운 '툴(tool)'을 만드는 것이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하는 금융당국도 '혁신적 사업모델 제시'를 가장 주요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인터넷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에 응해야 하는 셈입니다.

 

 

◇ 빅브라더 논란 있지만 유용성도

 

이렇게 내 습관과 성격을 분석 당하는 게 기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빅브러더' 논란도 있습니다. 다만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신용을 1~10등급으로 분류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손해를 보던 이들은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7~10등급 저신용자들에게 일괄적으로 고금리를 매기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빅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를 더 '꼼꼼하게' 하면 금리를 낮춰받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운전습관이 좋다면, 보험료를 낮춰 받을 수도 있겠죠.

물론 오히려 손해를 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대출 상품을 더 싸게 이용하고 싶다면 맞춤법 파괴, 난폭한 운전, 대충대충 습관에 조금 더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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