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이용자 중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얼마 전 대부업과 관련해 눈에 띄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여성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통계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부업체 12곳의 신규 대출 건수 가운데 여성이 50.1%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여성의 대출 비중은 은행에선 34% 정도에 그친다. 일부에선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병원비나 생활비 등 당장 생활에 필요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업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체들이 취약한 여성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 "대부업·최고금리 문제, 너무 모른다"
그러나 이런 분석을 '무지에서 비롯한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부 교수는 "대부업 이용자들을 무조건 저신용자라고 규정하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선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보다, 급전이 필요하면서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이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취약 여성들이 병원비나 생활비를 만들기 위해 대부업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결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대부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여러 현상에 대한 해석도 그에 따른 대책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대부업에 대한 연구와 이를 통한 정확한 규정이 이뤄져야 체계적인 정책 제안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덕배(맨 왼쪽) 성균관대 겸임교수가 8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리조트에서 열린 한국대부금융협회 '2015 소비자금융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
한국대부금융협회가 8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리조트에서 개최한 '2015 소비자금융컨퍼런스'에선 이처럼 대부업과 최고금리 인하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대부업을 누가 어떤 목적에서 이용하는지, 또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와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부업 금리 인하, 장단점 따져봐야
컨퍼런스는 '주요국 이자율상한제 경험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열렸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부업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체계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덕배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볼 때 최근 국내에서 추진 중인 금리 인하 조치가 서민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보다는 저소득층의 금융 접근을 축소하고 불법 사채의 고금리 횡포나 불법 추심 등의 사회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최고금리 수준을 40% 정도로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금리정책 전문가와 정부, 업계로 구성된 협의회를 구성해 금융권별로 여신상품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규한 상명대학교 교수는 "이자율 상한제는 부작용과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자율을 제한하면 저신용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낮추면 최저신용자가 대출을 못 받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저신용등급자의 이자를 낮추고, 대부업자를 양성화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적정 수준의 이자율이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대부업 양성화 10년, 이제 이해도 높여야"
대부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민환 교수는 "사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선 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조금 더 필요하거나, 당장 급전이 필요한데 고금리를 견딜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명확한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저신용자만 이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치권의 대부업 금리 인하 움직임에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정책 당국 역시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니까 검토하겠다는 것으로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식의 가격 결정은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며 "최고금리나 대부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덕배 겸임교수는 "대부업 양성화가 본격화한 게 2006년부터이니까, 이제 10년이 지났다"며 "이제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