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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무서운 그 이름, 대부

  • 2016.04.22(금) 10:00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대부(貸付)
. 국어사전에선 이렇게 정의합니다. '주로 은행 따위의 금융기관에서 이자와 기한을 정하고 돈을 빌려줌.'

대부업법에선 이렇게 언급합니다. '대부업'이란 금전의 대부, 즉 어음할인·양도담보,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통한 금전의 교부를 포함한다. 이를 업으로 하거나…

이렇게 보면 대부란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뒤 기한이 되면 원금을 받는 행위를 지칭하는 듯합니다. 무서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금융권에선 이 '대부'라는 명칭을 두고 서로 '나는 대부업자가 아니다'며 옥신각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대부업자와 불법 사채업자 '헷갈리네'

대부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흔히 텔레비전이나 소설 등에 등장하는 수백, 수천 퍼센트의 이자를 받고 폭력으로 추심을 하는 무서운 아저씨들입니다. 이런 이미지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떠올리는 '대부업자'는 '불법 대부업자' 혹은 '불법 사채업자'로 지칭하는 게 정확합니다. 케이블 방송 등에서 광고를 하는 대부업체는 관련 기관에 등록해서 영업하는 '합법' 대부업자들이고, 이들은 연 27.9%라는 대부업 최고금리를 지켜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정교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죠. 등록(합법) 대부업체라고 속이고 수백 퍼센트의 이자를 물게 하는 악덕(불법) 업체들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대부업'에 덧씌워진 이미지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소비자들도 '대부'라는 이름이 두렵지만, 일부 금융업체들도 무서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합법적으로 영업해도, 또 최신 핀테크 기술을 적용해 영업해도 업체명에 '대부'가 있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을 수 없으니까요.

◇ 핀테크 업체 P2P 대출 "'대부' 좀 빼주오"

요즘 금융권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핀테크 업체 중 P2P(Peer to Peer) 대출 업체가 있습니다. P2P 대출이란 투자자의 돈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대출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지칭합니다. 관련기사 ☞ [POST]사채의 변신, P2P 대출 '빛과 그림자'

P2P 대출 업체는 해외 일부 국가에선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로 분류됩니다.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서 다시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의 한 종류로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크라우드펀딩이 아닌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 P2P대출 개념도. 은행연합회

P2P 대출 업체들은 이런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부업자로 등록하면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가야 하는 데다가, 일반 대부업체들과는 사업 구조도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 대부업체 "우리도 '소비자금융'으로"

그렇다면 기존의 대부업체들은 어떨까요? 이들도 '대부업'이라는 이름이 무섭습니다. 법을 지켜가며 영업을 하고 있는데, 불법 사채업자 이미지를 털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한국대부금융협회 홈페이지.

그래서 이들도 '대부업'이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올해 명칭 개정을 위한 내부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소비자금융, 생활금융 등 새 이름을 만들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대부업체들은 올해 7월부터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데, 이를 계기로 명칭을 바꿔보겠다는 겁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난관을 통과해야 합니다.


◇ 여기저기서 아우성…움직이지 않는 금융당국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대부'가 무섭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부'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탓에 곳곳에서 아우성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P2P 대출 업체들의 형태는 제각각입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연계해 신용 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형태의 사업이 등장할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러나 이들을 뭉뚱그려 '대부업'으로 쉽게 분류하는 제도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소비자들도 헷갈립니다. 불법 영업을 하든, 합법 영업을 하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든 다 무서워 보이는 '대부업'이니까요. 이런 불명확한 제도 탓에 소비자들이 헷갈려 불법 사채업자에 걸려드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겁니다. 금융당국도 이젠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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