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불과 석 달여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로 또 낮췄다.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불안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2%대 후반인 민간연구소나 해외 금융권보다는 전망치가 높아 한국은행이 여전히 낙관론만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작년에도 1년 간 성장률 전망치를 1.2%포인트나 떨어뜨리면서 국내 최고 경제예측기관으로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 올해 성장률 3% 턱걸이 전망..석 달 만에 또 하향
▲ 한국은행의 2016년 경제성장 전망 |
한국은행은 14일 ‘2016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상반기 3.1%, 하반기 2.9%로 상고하저의 흐름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0월 전망치인 3.2%와 비교하면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전망도 1.7%에서 1.4%로 0.3%포인트 낮췄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가계부문의 실질 구매력 개선 효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주택 매매 둔화 등은 소비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택 공급과잉 우려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주택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건설투자가 주춤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증가세는 완만할 것으로 분석했다.
◇ 중국 경제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 반영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또 성장률 전망치는 또 낮춘 이유는 그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해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1900선이 무너졌고, 달러-원 환율은 1200원대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충격보다는 실물경제가 더 큰 걱정이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국제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신흥국의 경제 위기론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대내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비롯한 정부의 내수부양책이 끝나면서 연초 소비 절벽이 우려되고 있고,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위험도 현실화할 수 있다.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역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 한국은행은 14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한국은행 여전히 낙관적…올해도 체면 구길라
반면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정부의 3.1%보다는 낮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나 해외 금융회사들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2.8%)과 한국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등 민간연구소의 전망치는 대부분 2% 후반대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등 6개 투자은행(IB)의 전망치도 평균 2.6%로 집계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우 3% 안팎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도 실제론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3%대 성장 목표를 내건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맞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연말과 연초 성장률을 높이 잡았다가 1년 내내 전망치를 떨어뜨렸다. 하향 조정폭은 무려 1.2%포인트에 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률을 전망할 때 경제적 이외 고려는 단연 없었다”면서 “대외 여건이 안 좋다 보니 민간기관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택했지만, 세계 교역 증대와 저유가 효과 등을 고려하면 3.0%가 낙관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