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치면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분기 성장률도 지난해 3분기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가 4분기엔 다시 0%대로 추락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3%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젠 잘해봐야 3% 안팎의 성장률이 최고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도 3%대 성장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 능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연간 성장률 다시 2%대로
26일 한국은행의 발표한 ‘2015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면서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2014년과 비교하면 민간소비(1.8%→2.1%)와 건설투자(1.0%→4.0%)의 증가세가 확대됐다. 민간소비는 2011년, 건설투자는 2013년 이후 최고치다. 설비투자 역시 5%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수출은 0.4%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마이너스 0.3%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마이너스 1.2%포인트로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보다 6.4% 성장하면서 GDP 성장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국제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덕분이다.
◇ 분기 성장률은 0%대 추락
분기 성장률도 다시 주저앉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은 4분기엔 0.6%에 그치면서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3분기 1.2%에 이어 1.5% 성장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3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수출도 2.1% 성장했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3분기 5%에 달했던 건설투자는 4분기엔 마이너스 6.1%로 급전 직하했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내수는 0.8%포인트, 수출은 마이너스 0.2%포인트로 수출이 여전히 부진했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014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내수부문에선 3분기 0.7%포인트에 달했던 건설부문 기여도가 4분기엔 마이너스 0.9%포인트로 하락했다.
◇ 2%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
지난해 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앉으면서 저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2012년 2.3%로 바닥을 찍은 뒤 2013년 2.9%, 2014년 3.3%로 미약하게나마 상승세를 그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2%대로 꺾이면서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반짝 성장은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정부가 추경 예산을 투입하고, 부동산과 소비 부양책을 쏟아낸 효과가 컸다.
문제는 정부가 계속 부양책을 동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주택 거래가 주춤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연초엔 소비절벽도 우려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수출도 크게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국제 유가가 계속 추락하면서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성장률 역시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 잠재성장률은 이미 3% 안팎 추락
▲ 여야 대표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3%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4~5%대 성장은 아예 어렵고, 잘해봐야 3%대 초반의 성장률이 최고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2015~2018년 중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0~3.2%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2020년 중 잠재성장률이 2.7%대까지 추락하면서 2%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저성장 국면을 인정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여전히 3%대 성장에 집착해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에 매달리지 말고,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경제 예측 능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014년 4월 2015년 GDP 성장률을 4.2%까지 전망한 이후 전망치를 계속 내렸다. 실제 성장률인 2.6%와는 무려 1.6%포인트 격차가 나면서 국내 최고 경제 예측기관으로서 체면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