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7%대 낮췄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을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 저성장 터널에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역시 2%대 성장이 유력시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오락가락 경제 인식에다 정치적인 고려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으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IMF, 올해 성장률 전망 2.7%로 낮춰
IMF는 12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제시한 3.2%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0.5%포인트나 떨어졌다.
IMF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내린 이유로 세계 교역량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을 꼽았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 하락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 집계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수출 경쟁력도 추락하고 있다. 조선과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이 무너지면서 통신기기와 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10대 주력 수출품목이 세계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그러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 2%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2%대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경제연구기관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춘 지 오래다.
LG경제연구원은 2.5%, 한국경제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로 전망했고, 해외 투자은행의 경우 골드만삭스가 2.4%, JP모건이 2.6%. 모건스탠리는 1%대 추락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올해 성장률이 3%대를 밑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출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IMF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2.9%에 그치면서 3%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 정부는 여전히 단기부양만 관심
▲ 여야 대표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잠재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인구 추세가 이대로 유지되면 2026∼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여전히 3.1%의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정 조기 집행에 따른 정책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반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구조적인 문제 해결엔 여전히 소극적이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보다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올인하면서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총선 표심을 의식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대놓고 공언했을 정도다. 여기에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경제 인식을 달리하면서 오히려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