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산업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홍기택 회장이 임기 3년 만에 자리를 떠난다. 3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선임이 확정되면서다. 이제 관심은 차기 회장 인선에 쏠린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홍 회장이 재임 시절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차기 회장으로는 구조조정 이슈를 더 원활하게 이끌어 갈 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 국제금융기구 중역 꿰차…"국익에 최선"
홍 회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AIIB의 부총재 겸 CRO(Chief Risk Officer)로 승인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해 중책을 맡은 만큼, AIIB 발전과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오션 정상화 과정에서 새로운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한 점, 대우증권 등 금융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것이 가장 보람있는 일로 기억된다"며 그간 산업은행 수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친박(親朴) 실세'로 여겨졌다. 이번 정권 첫 산업은행 수장 자리를 꿰찬 뒤 임기 3년을 거의 꽉 채운 점, 이어 곧장 국제 금융기구 중역으로 오른 점이 이를 증명한다.
AIIB 초대 CRO로 선임된 홍 회장은 3년 임기로 중국 베이징 사무국에서 투자·재무 위험평가·분석을 총괄한다. 핵심 투자 결정기구인 '투자위원회'에 참여하는 4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이덕훈·안종범·이동걸 등 거론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인선에 쏠린다. 홍 회장은 "산은 회장직과 관련해 정부 당국과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후임 회장에게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 등 이슈에 대해서 그간 고민했던 사항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홍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이지만, AIIB 측과 조율이 끝나는 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가 복수의 인사를 추천하면 청와대가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마평에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중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본인이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걸 전 부회장의 경우 영남대, 'TK(대구ㆍ경북)' 출신 친박 인사라는 점에서 거론되고 있다.
서금회(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본인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달 2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정책금융기관은 정부조직과 비슷해 선택권이 없다"며 "하라면 하고, 가라면 가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