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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회장에 민간 금융사 출신 이동걸 씨

  • 2016.02.04(목) 17:41

금융 실무경력 다양…정책금융 경력 전무 '우려'도
박근혜 캠프 출신…노조 "낙하산 인사 저지"

KDB산업은행 신임 회장에 민간 금융사 출신인 이동걸(사진)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내정됐다. 국내 민간 금융사에만 있던 인사가 산업은행 수장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벌써 정책금융을 다뤄보지 않은 회장이 또 왔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차기 산업은행 회장으로 이 전 부회장을 임명 제청했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사장,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다양한 금융 실무경력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내정자의 경력이 국내 민간 금융사에 국한한 점은 단점으로 평가된다. 산업은행 역대 수장 중 민간 금융사 출신이었던 경우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민 전 회장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지주에서 경력을 쌓은 뒤 국책은행 수장이 된 사례여서 이 내정자와는 또 다르다.

이 내정자는 이번 정권에서 대표적인 TK(대구·경북) '친박' 인사로 꼽힌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영남대 특임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에선 금융권 인사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하기도 했다.

앞서 홍기택 회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선임되면서, 차기 회장으로 이 내정자 외에도 관료 출신 인사와 학계 인사, 산업은행 출신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중 관료 출신과 학계 인사를 배제하면서 민간 금융사 출신의 이 전 부회장이 낙점됐다.

금융위는 "이 내정자가 보유한 은행업 및 증권회사의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당면한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실물경제의 활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내부에선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올해 산업은행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정책금융과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없는 인사가 수장으로 온다고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의 민간 신한금융 컬러와 속성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이는 항상 기업 살리기와 충돌해왔다. 기업 살리기에 무게가 실리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 비올 때 우산을 뺐는다는 비난이 항상 공존해왔다.


이럴 수록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으로선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 속도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이 내정자의 경우 관료들과의 교감에서도 일단은 불리하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의 핵심 요인이다.  

 

노조의 반대도 예상된다. 산은 노조는 이날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차기 회장이 내정되는 즉시 자질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진행해 산은호 수장으로서의 자질 미달로 판명되면 즉각적인 낙하산 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이임식을 치른 뒤 3년 만에 산업은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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