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애초 이르면 올 1분기 중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인수희망자가 없어서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안팎에선 산은캐피탈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차라리 역할을 정책금융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산은캐피탈 매각을 위해 인수 후보자를 찾기 위한 사전 조사(태핑)을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산은캐피탈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SK증권-YJA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만 단독 입찰하면서 매각 유효조건이 성립하지 않아 최종 유찰됐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 산은캐피탈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매각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차라리 산은캐피탈의 기능을 선박금융 등 정책금융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회사 매각 방침에 따라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은캐피탈은 경영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매각 추진이 알려지면서 자금 조달이 예전 같지 못하다. 산은캐피탈은 올해 2월 현재 2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캐피탈의 2014년 전체 당기순이익이 1000억 원가량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순항하는 분위기다.
▲ 산은캐피탈, 회사채 발행 현황. 한국기업평가 홈페이지. |
반면에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의 경우 매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지난해 9월부터는 1년 만기로만 발행하고 있다. 기존엔 2~5년가량의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회사채는 정상적으로 수요가 안 잡히고 있어 단기자금인 CP(기업어음) 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금 조달 등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경영에는 어려움은 없지만, 계속 인수희망자가 없다면 선박금융 기능 확대 등 정책금융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시장 충돌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면서도 "다만 인수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추후 그런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밖에 비금융 자회사 매각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먼저 매각할 자회사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우 얼마 전 한화와 두산의 지분 매각으로 난항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매각을 위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은이 보유한 자회사 중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기업 등을 선별해 2019년까지 우선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자회사 매각 이슈는 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