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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정녕 1년 반을 준비한 제도인가요?

  • 2016.02.25(목) 14:53

[Inside story] 잦은 제도 변경이 소비자 혼란 부추기고
은행·증권사 과당경쟁 부르고, 불완전판매 우려 키웠다

거의 매일 언론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금융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신탁형은 뭐고, 일임형은 뭔지에서부터 은행에서는 안된다더니 다시 또 된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은행에서는 자동차를 준다고 하고, 또 어떤 증권사는 5%짜리 상품에 가입하라고도 합니다. 3월 중순에 가입할 수 있다던데 지금 계약하라고 하는 건 또 무슨 얘기인지.  혼란스럽기는 금융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어제(24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업계 대표 주자들을 불러 ISA 출시를 앞두고 과당경쟁 자제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가 과당경쟁을 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혼란스럽게 한 것은 잘못입니다. 임종룡 위원장의 말마따나 은행과 증권사가 방향(외형경쟁 치중하는 쪽)을 잘못 잡은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을 금융위원회가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부추기고, 잦은 제도 변경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ISA 준비 점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금융위원회)


◇ 5년간 묶어둔다고 해서...

애초부터 의무가입 기간을 5년으로 못박은 점이나 1인 1계좌 원칙은 과당경쟁과 선점경쟁을 일으킬 여지를 안고 있었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5년간 고객을 묶어둘 수 있고, 수수료 수익은 물론 각종 부수거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은행 입장에선 여러 가지 기회 요인을 고려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없겠지요.

◇ 도입 한달 앞두고 은행에 일임형 ISA 허용.

지난달 금융위는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했습니다. ISA 도입 불과 한 달을 남겨둔 상황이었죠. 증권사는 급박해졌습니다. 예상치 못했고, 바라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가뜩이나 은행보다 네트워크와 고객 수 등에서 열세라며 입이 댓 발 나와있던 터에 이제는 아예 정면승부를 해야 합니다.

◇ 은행·증권 일임형 간의 출시 간격 '보름'

그나마 다행일까요. 은행과 증권사간 일임형 ISA 출시 간격은 최소 보름에서 한달 정도 될텐데요. 정부가 관련 규정 개정과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오는 3월말까지 은행에 투자일임업 라이센스를 내주기로 했습니다. 준비가 빠른 은행은 4월 초쯤 출시를 하게 될겁니다. 3월 중순에 출시하는 증권사는 그 보름 동안 모든 역량을 퍼부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선점해야 하니까요.

은행들도 초조합니다. 신탁형 ISA가 있기는 하지만 일임형과는 고객군이 다를 수밖에 없을텐데요. 자칫 일임형 고객을 증권사에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영업이 그렇듯 직원에게 할당하고, 거액의 경품까지 걸면서 고객을 미리 확보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 이번엔 갈아타기 된다고?

최근엔 또 ISA 갈아타기도 허용을 했죠. ISA라는 바구니를 들고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은행들은 이 또한 당혹스럽습니다.

금융위는 갈아타기 제도를 설계할 당시부터 생각했던 것이고, 금융회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은행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고객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5년간 계좌가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선점경쟁을 벌였던 것인데..."라고 말합니다.

◇ 파생상품판매인 자격증 사전교육 완화

금융위는 어제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판매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집합교육을 온라인 방식으로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불완전판매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자격증 보유 임직원이 전체 은행 임직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ISA 판매에 제약을 받는다는 은행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인데요. 금융위는 온라인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도 질적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불완전 판매 증가와도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가 기존에 온라인 방식이었던 교육을 투자자 보호와 교육효과 강화를 위해 지난해 집합교육으로 전환했던 취지를 생각하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1년반도 모자랐나..잦은 제도 변경 혼란 자초

금융위는 이미 지난 2014년 9월 한국형 ISA 도입 기본방향을 발표했습니다. 1년 후인 지난해 8월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내놨고 올해초 시행키로 했습니다.

당국 입장에선 1년 반을 준비해 야심차게 내놓은 건데요. 그런데도 시행에 임박해 잦은 제도 변경으로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혼란을 키운 것입니다. 특히 은행의 일임형 ISA 허용 등은 큰 틀에서의 변화입니다. 이것이 시행 한 달 전에 결정됐다는 점이 더욱 그렇습니다. 업권의 이해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에 변경된 제도의 상당부분은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또 그동안 업권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던 문제라는 점에서 제도적인 준비가 미흡한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급기야 은행권에선 제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번엔 또 어떻게 결론을 맺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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