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사실상의 제로금리 시대를 맞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예금만을 고집할 수도 없고, 무턱대고 투자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어느 때보다 재테크가 어려운 시기에 길라잡이를 자청한 용감한(?) 네 명의 전문가를 만났다. 난세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편집자]
"저성장이네, 저금리네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위험이 어느정도 있지만 수익이 높은 상품도 적절히 섞기를 권합니다."
김성봉 삼성증권WM리서치 PB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지난 5년간 국내 투자 수익률은 하락세였던 반면 미국, 일본에선 30%나 올랐다"며 "투자 성과가 지지부진한 국내 시장을 넘어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릴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신설된 삼성증권의 WM리서치 팀은 고객중심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과 상품 리서치를 전담하고 있다. 김 팀장은 잃어버린 20년으로 고통을 겪은 일본을 예로 들며 "일본 정부가 전례 없이 돈을 찍어낼 때 와타나베 부인들은 과감히 해외로 나갔다"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주부 외환투자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 하이일드·헤지펀드 '시선집중'
김성봉 팀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등 여러 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가 예상되면서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고수익·고위험의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다. 저신용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5~6% 수준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유럽 중앙은행이 투자등급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고, 원유관련 지역 위험도 줄어 투자 적기이기도 하다"며 "실제로 기민한 투자자들은 하이일드 펀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처럼 리스크가 어느정도 있는데다 기업 부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비중을 적게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헤지펀드도 올해 초부터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 위안화 절하, 올해 유가 하락,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글로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자산가들도 부쩍 늘었다. 다만 헤지펀드의 투기적인 성향이 걸린다면 롱숏 전략을 쓰거나 베타(시장 대비 자산가격 변동 민감도) 노출을 낮추라는 의견이다.
특정 지수나 자산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긍정적으로 봤다. ETF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 팀장은 "기초자산을 주식으로 할 경우 유럽 쪽이 가장 끌리지만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있다"며 "미국 쪽에 투자하되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이머징 쪽을 살짝 섞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이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 유럽에서는 머신러닝,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등이 발전 중이며 이들 분야처럼 꾸준히 성장하면서 변동성이 큰 곳에 ETF로 투자해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 김성봉 삼성증권WM리서치 PB팀장 /이명근 기자 qwe123@ |
◇ 외화예금‧금 '든든'..리츠‧원자재 '신중'
하반기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이 가운데 외화예금을 매력적인 자산으로 꼽았고 엔화보다는 달러예금이 상대적으로 더 나을 것으로 봤다.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되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유독 강세가 두드러지는 엔화도 나쁘지 않지만, 유동성이나 상품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달러가 더 무난하다는 설명이다.
금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 국채를 사도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해 채권과 금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유동성이 풍부한 ETF 형태로 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리츠(REITs, 부동산투자펀드)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그간 추천하지 않았지만 최근 금리 인상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김 팀장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대출채권 가운데 상업용보다는 개인주거용에 투자하고, 둘을 섞어서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팁을 건넸다.
원자재 투자의 경우 상품 구조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따져보고 들어가라고 했다. 김 팀장은 "원자재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사료인 옥수수, 대체사료인 마이신까지 줄줄이 오른다"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한 가지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분산 투자를 권했다.
▲ 김성봉 삼성증권WM리서치 PB팀장 /이명근 기자 qwe123@ |
◇ 신흥국 견조…하반기 어둡지 않다
브렉시트로 인해 신흥국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김 팀장은 예상 밖으로 멀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세안(ASEAN) 국가들은 통화 가치와 주가가 많이 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중남미도 유럽, 미국보다 충격을 덜 받았다는 것. 신흥국의 유럽 거래 비중이 크지 않고 중국이 잘 버텨준 영향이다.
하반기 시장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EU 지원금을 두고 내부 분열을 겪는 등 영국이 헤맬수록 이를 지켜보는 EU 국가들의 탈퇴 여론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 등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에도 각국의 관료 회담을 전후로 주가가 회복되는 패턴을 보인 만큼 반복되는 주기를 관찰하며 투자하라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직장인 투자자에 대해서는 "나이가 젊다면 주식과 주식형펀드, 하이일드펀드 등 위험자산을 60%, 채권을 30% 정도 가져가고, 나이가 어느정도 있다면 위험자산을 20~30% 정도까지 낮추라"고 조언했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