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이 그간의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서민금융의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업체의 자발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협조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2016년 8월 10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대부업체 대표자 간담회)
우리나라에서 대부업을 제도적으로 양성화한 것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2002년 대부업법 시행 초기엔 사채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부업자로 등록만 독려했고, 2006년에야 대부업 최고 금리를 연 66%로 제한하는 등 제대로 관리를 시작했다.
이후 잇따라 최고금리 상한을 낮추면서 올해 연 27.9%까지 내려갔다. 이 밖에 TV 광고 시간대 제한 등 여러 규제도 도입하고 있다.
◇ 10여 년 감독해왔지만 곳곳이 허술
그러나 대부업의 영업 행태 등에 대한 관리는 허술한 부분이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만 8700여 개로 수가 워낙 많은 데다가, 금융 분야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자체가 감독해왔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그동안 주로 민원이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정도로만 대부업을 관리해왔다. 검사 인력 1~2명이 해당 업체의 불법 행위를 살펴보는 정도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지난해 말 기준 규모별 대부업체 수. 자료=금융위원회 |
대부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대부업의 규모는 점차 커졌다. 268만명 가량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고, 그 금액은 13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면서 대부업체의 대형화 현상이 가속화했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업체는 2008년 87개에서 지난해 169개로 늘었다.
이런 흐름은 대부업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을 키우고, 정치권의 '공격'을 날이 갈수록 거세게 하는 실마리를 줬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법의 여지가 있는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 서민이 내는 '고금리'로 몸집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감독 권한 금융당국으로 이관…이달 첫 검사
지난 7월 25일부터 시행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개정안은 지자체에서 시행해왔던 관리 감독 업무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일부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자산 규모 120억원, 대부 잔액 50억원 이상인 대형 대부업체는 금융위에 등록해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관련 기사 ☞ 대부업체, 불법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하세요
금융위와 금감원은 개정안 시행 이후 지금까지 등록 대부업체들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했다. 기존 2개 팀이던 대부업 검사팀을 3개로 늘렸고, 대부업 감독팀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달 초 처음으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섰다. 추석을 전후로 늘어나는 불법 행위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등록 대부업체들에 작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대부업 검사를 해오긴 했지만, 지자체와 공동으로 하는 데다가 업무를 주관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제한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젠 하나에서 열까지 들여다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마련해, 상시 검사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일부 업체에서 불법 행위나 잘못된 관행을 발견하면 대부금융협회 등을 통해 업권 전체에 이를 알려 개선하도록 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 징후가 보이면 예고 없이 집중적인 검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등록 대부업체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명칭 변경? 건전한 영업 관행 정착하면…"
▲ 정은보(오른쪽 가운데)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금감원 연수원에서 대형 대부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개정 대부업법에 따른 업계 당부사항을 전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대부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대부업체의 자발적인 체질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날 간담회에선 특히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업체에 한해서라도 대부업 명칭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대부업계는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대부업을 소비자금융이나 생활금융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명칭 변경은 당장은 어렵다는 견해다. 다만 향후 금융당국 등록 대부업체들의 건전한 영업 관행이 자리 잡아 소비자의 편견도 어느 정도 줄어들면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자금 조달 규제 문제나 명칭 문제 등 대부업체들이 지속해 바라는 사안들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당장 들어주긴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 건전한 영업이 자리 잡으면 여론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