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신한, KB, 하나, 우리, 기업은행까지. 여기에 속한 7만8000여명의 은행원, 그리고 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까지 더하면 11만명.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별이 있습니다. 회장님이라고도 하고, 행장님이라고도 합니다.
누가 별이 되고 또 누가 지느냐는 미생들에겐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직급이 낮을수록 그 관심도나 영향은 덜할테고, 올라갈수록 그 반대일 겁니다.
올 연말과 내년에 걸쳐 은행권엔 유난히 핵폭탄급 인사가 수두룩합니다. 신한금융부터 KB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에서 금융지주 회장 혹은 행장 교체를 앞두고 있으니까요. 지배구조를 흔들 정도의 이슈이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그리고 조기대선 등 어수선한 정국과 맞물려 더욱 변화무쌍한 지배구조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잠깐! 정치권 이슈와는 무슨 상관이냐고요?
불행한 일입니다만 우리 은행권은 항상 외풍에 시달려왔습니다. 정치, 관치에 휘둘려온 은행들로선 이런 정국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래서 자꾸 우간다 얘기가 나온다죠. ㅠ.ㅠ)
#1. 우리은행의 별‥새 술은 새 부대 vs 구관이 명관?
당장 우리은행장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최근 정부 지분 중 30%를 5곳의 과점주주에게 팔면서 민영화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많이 보셨을텐데요. 내년 3월 주총 전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거취도 결정됩니다.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리고, 실적도 좋았으니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헌데,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쥐게 된 5명의 과점주주 사외이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쩌면 우리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입김 없이 행장을 선임하는 첫 사례가 될텐데요. 앞으로도 그런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행장이 2년 전 서금회(대통령과 동문인 서강금융인회) 논란부터, 유력 정치인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 등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사외이사 내정자들은 이를 예삿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고요.
#2. 기업은행의 떠오르는 별?‥진흙탕 싸움
기업은행장도 걱정입니다. 권선주 행장의 임기가 이달 27일 끝나는데요. 이 자리는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아시다시피 임명권자가 임명을 할 수 없는 처지죠.
어쨋든 금융위는 3명을 추려 제청한다는 계획인데요. 말들이 많습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TK출신의 김도진 부행장이 친박 인사인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에게 청탁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금융위는 이례적으로 노조 성명서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고요. 또 여기에 금융관료까지 거론되는 등 진흙탕이 돼 버린 모양샙니다. 이러다보니 아예 권선주 행장의 연임 가능성까지 나옵니다. 임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융위조차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네요.
#3. 신한금융의 별 2개‥신한사태 여진 아슬아슬한 리턴매치
신한금융도 '빅 리턴매치'를 앞두고 있죠. 내년 3월 신한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이 한꺼번에 바뀌니까요. 앞선 은행들보단 외풍은 덜하지만 '신한사태'라는 아픔이 늘 목에 걸립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은행장 선임 당시 신상훈 전 사장 측도, 라응찬 전 회장 편도 아니었던 조용병 행장이 프리미엄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포스트 한동우' 레이스에서도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2파전 양상인데요.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선 이 둘이 회장과 행장을 각각 나눠 갖는 시나리오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한 회장이 차기 회장과 행장을 모두 뽑는 구조때문인데요. 차기 회장이 행장을 뽑는 구조가 아니라 한 회장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행장을 뽑기 때문에 차기 회장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칫 회장과 행장간 불화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4. 하나은행의 별‥1년씩 재신임?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데요.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내부 연임 규정상 1년 단위로 연임을 하게 되는데요.
함 행장은 통합행장으로 선임되면서 전임 하나은행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불과 1년반을 일하고 또다시 1년씩 재신임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작년 연임을 결정하기 전에 회장 연임 규정을 '3년+3년'으로 바꾼바 있습니다. 경영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서죠.
김 회장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5. 별 2개 품고 풍파 속으로
마지막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KB금융. 윤종규 회장겸 은행장은 지난 2년 내내 행장직 분리 압박에 시달려왔는데요. 행장직을 비롯해 은행 감사 자리에까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됐으니 할말 다했죠.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에야 잠잠해졌을 정도입니다.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오히려 안정을 찾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윤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입니다.
아마도 조기대선이 치러진 이후일 겁니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에 이어 성과주의 전도사로 나서면서 연임을 위한 치적 쌓기에 한창인데요. 또다시 인사에 손대기 좋아하는 정권이 들어선다면 연임도 순탄치는 않아 보입니다.
은행권의 '별' 되기 참 어렵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