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 금융업계로 복귀한다. 오는 3월 조용병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할 신한금융지주의 새 사외이사 후보가 됐다. 임기가 끝나 물러날 남궁훈 기타비상무이사의 후임이다. 주재성 전 부원장과 함께 재일교포 사외이사 몫으로는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이 후보로 추천됐다.
남궁훈 이사가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이사회 내 히든카드이자 조력자였다면, 주재성 사외이사 후보자는 조용병 회장 내정자의 새로운 조력자가 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남궁훈 이사는 한 회장이 취임했던 지난 2011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한 회장 임기의 처음과 끝을 같이 했다. 이듬해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4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았을 정도로 한 회장의 신뢰도 두터웠다. 그는 한 회장에겐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이기도 했다. 우군이자 조력자였던 셈이다.
지난해 3월 남궁훈 이사는 지배구조 모범규준(현재 지배구조법)에 따라 임기 5년을 꽉 채워 더는 사외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회장은 사외이사 대신 기타비상무이사라는 묘수(?)를 써서 그를 이사회에 남겨뒀다. 금융당국의 눈총을 받고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이를 강행했던 이유는 결국 한 회장의 후임인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편이었다. 실제 남궁훈 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오는 3월 새롭게 출범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 왼쪽)-위성호 신한은행장 체제 |
마찬가지로 조용병 차기 회장 입장에선 새로운 체제의 출범과 함께 새로 선임되는 주재성 사외이사 후보자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한 회장 체제였던 지난 6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조 내정자 입장에선 경영 연속성을 이으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한 회장은 최근 차기 행장으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낙점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은 지주가 (은행의) 100% 주주고 인사권을 갖고 있는데 (회장과 행장)사이가 안 좋을 수 있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주가 실제 막강한 힘을 쥐고 있다는 얘기이고, 이는 또한 이사회 혹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나오는 힘이기도 하다. 둘 모두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다.
조 내정자 입장에선 새롭게 퍼즐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 첫번째 퍼즐이 주재성 전 부원장의 사외이사 영입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재일교포 주주 몫인 4명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조 회장 내정자 입장에서 확실한 조력자, 우군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주재성 후보자는 친정인 금융감독원 내에서도 합리적인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금감원 내부는 물론이고 정부와 금융권 등에서 신망을 얻고 있다.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당시엔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신한사태는 물론이고 직후의 수습과정 등 신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게다가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소장)로 있으면서 실무 감각을 익혔던 점 역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연구소는 우리은행의 계열사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 계열사에 몸담았던 주재성 전 부원장이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일하게 된 점 역시 아이러니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이같은 경력 자체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재성 후보자도 "조 회장, 위성호 행장 내정자 등과 함께 새로 시작하는 것인 만큼 새로운 CEO를 도와 열심히 해야죠"라며 짧은 인사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