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올해 두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13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로 볼 때 다른 국가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최근들어선 금리인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영세 자영업자나 제2금융권 대출까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혹은 한계차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한계·취약차주 몰린 2금융권 불안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선 2금융권 대출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났다. 은행 대출에 비해 비중은 작지만 취약계층이나 상대적으로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들이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아야 하는데, 원리금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들이 당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고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2금융권으로 몰려 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들어 2월까지 단 두달 동안 은행 가계대출이 3조원 늘어난 반면 비은행에선 무려 5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2016년과 2015년 같은 기간 각각 3조7000억원, 1조5000억원 늘어난 것보다 훨씬 큰 폭이다.
금융위원회가 제2금융권 건전성관리 강화방안을 마련 중인 것도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충당금 적립 강화 등 2금융권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려는 취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2금융권 가계부채의 경우 소득수준, 보유 순자산수준이 낮은 계층의 비중이 높다"며 "스트레스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이 계층 비중이 높은 2금융권에서부터 가계부채 부실 징후가 선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가계대출 구멍, 자영업자대출
지난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열을 올렸던 자영업자(개인사업자)대출 역시 취약한 고리 중 하나다. 한국신용평가는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230조원으로 추산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넘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충격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한신평은 시중은행 가계대출 중 한계가구가 보유한 위험가계대출 비중을 따졌을 때 신용대출은 5.3%, 주택담보대출 7.7%인데 비해 자영업자대출은 12.9%로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12월말의 9.6%보다 악화한 수치다.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금리 인상이나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뿐 아니라 60% 이상이 부동산담보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도 갖고 있다.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담보자산 역시 아파트 등의 주택 이외에 상가, 오피스텔 등 기타부동산 등으로 구성돼 있는 점 역시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담보 물건 부족으로 신용대출 비중과 다중채무 비중도 높다"며 "금리 상승위험에 취약하고 가계부채와 동반 부실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