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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경제이론 버린 '금융의 파수꾼'

  • 2017.07.24(월) 18:05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
비트코인등 신기술에 맞는 현실적 규제 고민
"핀테크업체 포용해 더 좋은 서비스만들어야"

"경제학 교과서를 버렸어요. 제가 배운 경제학 이론이나 방법론은 문제가 많아요. 그래서 10년 전부터 별로 안 봐요.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분들 얘기가 더 와닿습니다. 지금은 양극단이 서로 만나고 있는 격동의 시대에 사는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미국 미시간 대학 경제학 석사와 버지니아 대학 경제학 박사.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정도면 우리나라 금융·경제 영역의 기득권에 속해 탄탄한 테두리 안에서 편하게 지낼만한 이력이다. 요즘 뜨고 있다는 핀테크 업체들을 '금융을 모르는 사람들'로 치부하고 하던 일만 해도 당장 손해 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인터뷰 내내 기존 금융권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지금이 '격동의 시기'이자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런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금융이 새로운 조류에 너무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미래금융센터를 이끄는 최공필 센터장 이야기다. 지금 한국 금융권에 필요한 쓴소리를 듣기 위해 그를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만났다.

▲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기존 금융의 아성을 깨뜨려야"

최 센터장은 한때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렸다. 실제 그는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재정경제부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쓴소리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고 한다. 지난 2000년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온 것도 사실은 '쫓겨났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아시아 위기 때 위기를 예측했다가 야단맞고 페널티를 받기도 했다"며 "바른말 하는 사람이 피해 보는 데가 우리나라 아니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가 '미래금융센터'를 맡게 된 건 절묘해 보인다.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 기존 금융의 '기득권'을 해체할 수도 있는 영역을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래금융센터는 금융연구원이 지난해 3월 금융권의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겠다며 만든 곳이다. 그는 센터가 출범하면서 센터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에 걸맞게 지금 센터의 한계부터 언급했다. '기득권'에 속해 있는 금융연구원도 금융의 혁신을 이끄는 곳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안 정책 연구를 주로 하는 터라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 센터장은 "금융연구원은 환경의 변화가 어렵다"며 "제가 연구하는 거에 대해 사람들이 편안한 자리에서는 공감하지만 (금융연구원은) 일단 금융위의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거기에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핀테크도 아직 미완…민·관이 협업해야"

그런데도 그가 센터를 맡은 것은 블록체인 등 미래 금융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가 센터를 맡은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최 센터장이 기존 금융권에서 눈을 돌린 것은 10년 전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이 신뢰를 잃으면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 핀테크 영역이 그중 하나다.

그는 처음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최 센터장은 블록체인에 대해 "(정보를) 금고 안에 잠가놓고 가두는 게 아니라 완전히 같이 공유함으로써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사고"라며 "너무 흥미로워서 전도사처럼 얘기하고 다녔다"고 했다.

블록체인이란 일명 '공공 거래 장부'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모든 거래자가 장부를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위조를 막을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도 아직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최 센터장은 "지나고 보니 블록체인은 거래 후 10분의 딜레이가 있어 효율적이지 못한 점이 있고 비트코인의 경우 지지를 받지 못하면 가치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중앙 당국 중심의 신뢰에 의해 금융이 작동하는데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 역시 단점이 있는 셈"이라며 "이거 아니면 저거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무엇인가를 새롭게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지의 세계 개척, 더 적극적으로"

최 센터장은 핀테크 영역이 아직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표준 기술을 통해 하나의 시장을 만들고 있는데 아시아는 규제가 다 달라 아직 상호적용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디지털 싱글 마켓 이니셔티브를 아시아 차원에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전체 시장에 통용되는 무언가를 개발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시장을 키우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금융연구센터와 최 센터장의 역할은 이런 기술에 맞는 현실적인 규제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는 "디지털 싱글마켓이 형성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게 규제"라며 "기술을 어떻게 규제의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부분에 방어적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고 이런 기술을 받아들여서 기존의 서비스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인가로 질문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업체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같이 손을 잡아서 더 좋은 서비스 만드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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