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비즈워치 포럼'에서 사회책임투자의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사회적 책임을 잘 지는 기업이 재무상태도 좋습니다."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인 리스크가 단순히 평판을 해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재무적인 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사례도 소개됐다.
ESG를 고려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할 필요성이 다시한번 강조됐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29일 비즈니스워치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비즈워치 포럼'에서 이같이 역설했다.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고 한국적 사회책임투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대표는 우선 사회적 책임을 무시해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소개했다.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폭스바겐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이후 폭스바겐의 주가는 30% 폭락해 시가총액 300억달러(약 33조7000억원)을 날렸다. 류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이 ESG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의 주가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실적도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 대표는 "2015년 2200개의 논문을 분석한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ESG 성과를 잘 낸 기업이 재무상태가 우수했다는 결과가 52%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LG전자가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국내 모 대기업이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사회에서 단 30분만에 처리한 것에 대해 유럽 투자자들이 불만을 갖기도 했다"고 전했다. 거수기 노릇에 그치는 국내 사외이사들에 대한 원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세계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눈에 띄게 뒤처진다. 류 대표는 "책임투자원칙기구(PRI) 행사에서 지난 10년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국가들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사회적 책임이 퇴보했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말했다. PRI에도 1780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서명했으나 국내에선 두 곳만 참여하는 등 전반적 인식이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다.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로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투자자의 딴죽에 걸려 경영을 못한다는 식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투자기업을 모니터링해 리스크를 발견하고 주주이익을 해치는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는 건 합당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적 사회책임투자 방안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류 대표는 "해외의 사회책임투자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펀드가 6조원 규모로 커진 만큼 인프라와 하부구조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회책임투자 전문가다. 메리츠, SK, 동방페레그린, 현대증권 등을 두루 거쳤으며 영국 에슈리지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얻은 후 영국 최대 연금펀드인 헤르메스 연금펀드의 프로젝트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4년 사회책임투자 전문 리서치 회사인 서스틴베스트를 세웠다. 현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와 연구소장, 지식경제부 산하 지속가능경영포럼 위원, 헤르메스 에퀴티 오너십 서비스 수석고문 등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