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을 중심으로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독려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의 중신용자 이하 대출은 되레 감소세다.
중신용자 대출 확대에 기대를 모았던 인터넷 전문은행도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중신용자 대출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대부업체의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큰폭으로 증가하면서 은행은 물론이고 2금융권에서조차 흡수하지 못하는 중신용자들이 결국은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6일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받은 자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신용등급별 대출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대비 2017년 7월 금융회사 전체 대출 증가액은 1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고신용자(1~3등급) 대출 잔액이 117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저신용자대출은 8조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 1년새 대출증가분을 신용등급별로 분석해보면 금융공공기관, 카드사를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고신용자 대출은 확대되고, 저신용자 대출은 축소했다.
▲ 채이배 의원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서 제출받은 자료 |
특히 은행의 대출 증가액 48조원 중 고신용자 대출에서 56조원이나 늘었고, 중신용자(4~6등급) 대출은 4조6000억원, 저신용자(7~10등급) 대출은 3조2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상호금융은 고신용자 대출이 36조원 증가한 반면 중신용자 대출에서 2조6000억원(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저신용자 대출은 무려 4조4000억원(13%)이나 감소했다. 카드사의 경우 중신용자 대출이 2조원(43%) 증가했고, 유독 저신용자대출이 1418억(3%)원 증가한 점은 눈에 띈다.
은행을 중심으로 중신용자 대출을 급격히 줄이고, 상호금융 보험 캐피탈 등 대부분의 2금융권에서조차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대부업체의 중신용자 대출은 4386억원(155%)이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저신용자 대출은 1604억원 감소했다.
채이배 의원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고신용자 대출만을 늘리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중신용자들은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금리대출 확대에 기대를 모았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중신용자 대출신청자의 10명 중 8명꼴로 대출이 거부당했고, 카카오뱅크는 10명중 7명꼴로 대출이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무위 소속의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경우 중신용자인 4등급 이하부터 대출거절비율이 50%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4등급은 2명중 1명 이상꼴인 54.6%가 거절당했고 ▲5등급 74.1% ▲6등급 88.2%, ▲7등급 97.8% 등으로 높아졌다. 중신용자대출 신청고객 13만3577명의 79%에 달하는 10만5417명이 대출을 거부당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4등급 48.7% ▲5등급 67.2% ▲6등급 81.3% ▲7등급 90.6%에 달했다. 중신용자 대출신청고객 6만6624명의 66%인 4만4252명의 대출을 거부했다.
이학영 의원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명분으로 특혜 수준의 은행업 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이 영업과정에서 손쉬운 고신용자 대출만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