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장의 과제는 구조조정에 따른 영업망 열세를 딛고 현지화 전략의 결실을 맺는 것이다. 자산관리 특화 전략을 펴는 씨티은행과 달리 일반고객 영업에 중점을 두는 상황에서 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 현지화에 인지도 높이며 실적 개선
SC제일은행은 지난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박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오는 1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연임을 확정하면 2021년 1월까지 은행을 이끈다.
박 행장은 1955년생으로 충북 청주 출신이다 청주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1979년 제일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은행장으로 일했다.
박 행장이 연임한 건 적극적인 현지화로 실적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티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국내 영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자 한국인인 박 행장을 발탁했다. '영업통'인 박 행장이 국내 사정에 맞게 소매금융을 강화하면서 적자행진에서 벗어났다.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2377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5.9% 증가하는 등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제일' 사명을 복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기존엔 '스탠다드차티드은행'을 사명으로 썼으나 고객이 회사를 몰라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적으로 친숙한 은행 명을 담으면서 영업이 수월해지고 현지 철수설도 잠잠해졌다.
▲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 제공=SC제일은행) |
◇ 치열해진 영업 경쟁 속 '활로' 주목
박 행장의 과제는 현지화 전략의 결실을 맺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실적을 본궤도에 올렸으나 국내 영업환경은 갈수록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대출 규제로 영업이 막힌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경쟁도 치열해졌다.
가뜩이나 SC제일은행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점을 줄여 오프라인 접점이 약해졌다. 그 대신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소규모 점포인 '뱅크샵'을 내고 태블릿PC 기반의 '찾아가는 뱅킹'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새로운 영업방식이 두 번째 임기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또 다른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리스크가 높지만 시중은행과 뚜렷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SC제일은행은 정반대로 일반고객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