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1866억원.
올해부터 금융상품에 대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등 6곳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연결 기준) 총액이다.
신한금융지주 6473억원, KB금융지주 5425억원, 우리은행 3066억원, 기업은행 3045억원, 하나금융지주 1790억원, 농협금융지주 1480억원 등이다. 회계 기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2조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금융지주를 계열사별로 나눠보면 은행과 카드 계열사가 새 회계기준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은행중에선 신한은행이, 카드사중에선 국민카드가 추가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았다. 증권과 보험은 새 회계기준에 따른 영향이 미비했다.
◇ 어떤 회계기준이 바뀌었나
올해부터 적용된 회계기준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109호 금융상품(이하 IFRS 9)이다. 주요 내용은 금융자산의 분류와 측정, 금융상품 손상, 위험회피회계 변경 등이다. 이중 금융업계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대출채권 등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 기준'이다.
박동흠 회계사는 "금융업계는 이전까지 대출채권 등 금융자산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손실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새 회계제도에선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영업비용도 그만큼 늘게 되고 회사의 수익구조는 나빠지게 된다. 다만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고 실제 돈이 지출되는 것이 아니고 향후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충당금이 다시 환입되는 만큼 회계기준 변화가 당장 회사의 펀드멘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 은행·카드, 동시 타격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의 손실충당금은 이전 회계기준으로 2조5788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IFRS9이 도입되면서 3조226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신한금융은 손실충당금 6473억원을 추가로 쌓은 만큼 이익이 줄었다. 계열사로 나눠보면 신한은행 3719억원, 신한카드 2151억원 등이 새 회계기준에 따라 추가 손실충당금을 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고 말했다.
KB금융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추가로 대손충당금 5425억원을 쌓았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대손충당금은 3조원을 넘겼다. 계열사로 나눠보면 국민은행 2672억원, 국민카드 2299억원 등이다. 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카드 계열사가 새 회계기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충당금을 더 쌓았고, 여기에 지난해 자산이 2조원 가량 늘면서 충당금을 더 많이 반영한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추가로 1790억원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하나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체 규모는 2조1000억원대로,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비해 1조원 가량 작아 새 회계제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 추가 적립 대손충당금은 하나은행 999억원, 하나카드 575억원 등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IFRS9 도입에 따라 각각 3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계열사로 나눠보면 우리은행(개별 기준) 2080억원, 우리카드 750억원 등이다. 기업은행은 새 회계기준에 따라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3045억원 쌓으면서 전체 규모가 2조7809억원으로 늘어났다.
농협금융은 추가로 14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올 1분기 총 대손충당금 규모가 2조3000억원대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