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이하 KB금융)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은 올 1분기 1조원에 근접한 순익을 거두며 연간 순익 3조클럽 가입이 유력해졌다.
KB금융이 1위 수성에 성공했지만 2위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와 격차를 생각한다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년만에 1위 자리를 내어준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1분기 발생한 일회성 요인 덕분에 간신히 1위 자리를 지킬 정도로 KB와 신한은 초접전의 승부를 벌였다. 올해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두고 KB금융과 신한금융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 KB금융, 1분기 1위 수성은 성공
KB금융은 올해 1분기 9682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리딩금융그룹 수성에 성공했다. 8575억원의 당기순익을 낸 신한금융과 1000억원 가량 차이나는 실적이다.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두 지주간의 경상수익을 비교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KB금융의 이번 실적에는 1150억원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명동사옥을 1150억원에 팔았는데 이 매각이익이 KB금융 실적에 포함됐다. KB금융의 올 1분기 실적 중 10% 가까이는 영업 외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KB금융의 이번 순익에서 KB국민은행 명동사옥 매각액을 제외할 경우 실적은 8532억원에 머문다. 이번 신한지주의 실적에 일회성 요인이 없다는 점에 비춰보면 신한금융이 40억원 가량 앞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도 엄연히 수익의 일부분이기 때문이 이를 논외로 두고 실적을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올 1분기 신한지주의 경상이익이 역대 최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지주가 KB금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더욱 치열해진 리딩뱅크 경쟁
은행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KB국민은행은 올 1분기 6902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지만 명동 사옥 매각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순위는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순이다.
KEB하나은행은 올 1분기 6319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2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신한은행(6005억원), 우리은행(5506억원)이 이었다.
금융지주 IR팀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중 은행만 따져놓고 보면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를 수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일회성 비용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의 실적 성장세가 뚜렷한 가운데 신한은행 역시 순익 향상이 이어지고 있어 리딩뱅크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이자수익에 기댄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과 비용절감 수준에 따라 순위가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주 간 경쟁, 비은행서 갈린다
1분기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순익은 주력계열사인 은행이 이끌었지만, 최종 스코어는 비은행 계열사에서 갈렸다.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는 올해 1분기 2780억원의 순익을, 신한금융은 3045억원의 순익을 각각 올렸다. KB금융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할 경우 신한금융이 KB금융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비은행 계열사의 힘이 컸다.
금융권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 증가세가 한풀 꺾일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지주 간 경쟁은 비은행에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증가세가 꺾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이자수익 위주의 은행 순익 구조를 두고 '전당포식 영업'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이익은 1조4653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1조4218억원에서 3%가량 느는데 그쳤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조3440억원의 이자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조33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금융지주 IR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에 올라설 수 있었던 점은 M&A를 통해 한 가족이 된 KB증권과 KB손해보험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간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결국 누가 더 비은행 계열사의 포트폴리오를 단단하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중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생명보험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두 지주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ING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NG생명은 지난해 3402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금융과의 연간 실적 격차가 1000억원대 안팎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ING생명이 리딩금융그룹 경쟁의 중요한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