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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일반보험 보유비율 10% 의무화한다

  • 2018.06.03(일) 19:00

역량 강화, 기업보험 경쟁력 제고 차원
인센티브제공, 공시개선 등 가격경쟁도 유도
위험부담 우려, '대형사만 유리' 지적도


손해보험사들이 대형공장·선박 위험 등 기업성 보험을 인수할 경우 최소위험인수 비율을 10%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도 보유하지 않고 재보험으로 위험을 전가해 자체적인 위험인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또 기업보험의 공동인수 범위를 축소하고 재보험사 협의요율 사용을 자제토록 해 기업보험료 산정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격경쟁 촉진을 통해 기업보험시장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기업보험에 대한 손보사들의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손해보험 혁신·발전방안'을 공개했다.

당국은 그동안 손보사들이 장기·저축성보험 위주 경영과 관행적 재보험 의존으로 기업의 위험평가, 보험인수의 기본 역량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상당기간 보장을 해온 경우에도 직접 보험료를 산출하지 못하고 기업보험 중 약 80%가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동인수 확대 등으로 단기경영성과에만 집중해 전문인력 배양 등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 위험인수 기능 강화…10% 보유 의무화 추진

금융당국은 과다한 재보험 출재를 막아 위험인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보험 개별계약에 대한 최소보유비율 10%를 도입할 방침이다.

일반보험의 최소보유비율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원수보험사(보험계약자와 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보험사)가 계약인수시 지출하는 사업비와 이를 다시 재보험으로 출재할 경우 재보험사로부터 받는 출재수수료율의 수지차를 감안해 10%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원수보험사가 보험료 중 지출하는 사업비율은 통상 21.1%, 출재수수료율(수수료 수익)은 13.2%로 7.9%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개인·기업 등으로부터 보험계약을 인수했을 때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보상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보험사나 재보험사에 넘기는 것(출재)으로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다.

당국은 적정 수준의 재보험활용은 필요하나 무분별한 재보험 출재는 계약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원수사가 단순히 위험전달자(중개사) 역할로 전락해 위험보장 기능을 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주요국과 달리 일명 프론팅계약과 관련한 감독기준이 없어 우량계약의 과다 출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이번 규제 도입으로 프론팅계약에 따른 우량물건의 해외출재를 막을 수 있는 근거로 국내 원수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프론팅계약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자회사 등이 특정 외국 보험사에 재보험의 대부분을 출재할 것을 조건으로 체결한 보험계약을 말한다. 2016년말 기준 국내 손보사들이 총 3676건, 1428억원 규모의 프론팅계약을 보유중이다. 평균 80% 이상을 특정 외국재보험사에 출재할 것을 조건으로 체결됐으며, 개별계약으로 따져보면 유지비율이 1%도 채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량한 보험계약물건임에도 기업들의 요청으로 대부분 재보험을 내보내야 하는 부분이 상당부분 있어 업계에서도 요청한 부분"이라며 “규제 도입을 통해 우량물건의 보유비율을 높여 보험사들이 위험인수 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항공, 선박 등 거대위험을 포함한 계약의 경우 10% 보유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10%미만 보유가 가능하도록 할 전망이다.

◇ 자체요율 사용시 인센티브 제공 등 보험료경쟁 촉진

일반보험에 대한 자체 보험료 산정능력 제고와 경쟁 촉진을 위해 재보험사에서 제공하는 협의요율 대신 보험개발원 참조요율(업계 평균요율)에 개별사의 위험요소를 반영한 자체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공동인수 범위도 축소된다.

현재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보험료(참조요율)에 대한 명확한 할인·할증 기준이 없어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에 자체 할인할증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 올해 안에 사이버보험 등 새로운 유형의 보험상품 통계와 보험료를 제공해 보험사들이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그동안 협회를 통해 공동인수만 가능했던 500톤 미만 선박보험도 단독인수가 가능하도록 해 경쟁을 촉진한다. 당국은 보험료 경쟁이 촉진될 경우 기업들도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형사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재산종합보험, 기술보험, 선박보험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산정한 '판단요율(자체요율)'을 도입하고, 중소형보험사도 2020년 상반기부터 판단요율을 도입할 계획이다.

당국은 스스로 위험평가 역량을 키우는 보험사에 대해 인센티브도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금감원 경영실태평가(RAAS) 비계량평가에 보험사의 위험평가·관리수준에 대한 평가목록을 추가하고, 필요시 향후 반영항목과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매년 재보험 해외출재 규모가 증가하고 해외수지차도 증가하고 있어 실질적인 위험관리 역량판단을 위해 매출관련 공시방법도 손본다. 계약 규모인 원수보험료 이외에 보유보험료, 보유율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해 실질적인 위험보유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인력 확대 등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당국은 내년부터 보험계리사에 대한 과목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도입하고 향후 5년간 약 500명의 추가 보험계리사를 배출해내겠다는 목표다. 기업성보험의 개별물건별 위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위험평가 정보시스템도 보험개발원을 통해 구축한다.

◇ 일부서 부담 토로 "시장에 맡겨야" 지적도

그러나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출수재역조만을 가지고 기업보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당국은 해외출수재 역조를 문제로 보고 있는데, 보험사들은 보유를 늘리는 만큼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러 보유를 줄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위험인수 역량과 위험 분산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무조건 보유를 늘리거나 의무화 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위험을 많이 보유할 경우 보험사고가 터지면 국내 보험사들이 입는 타격이 너무 커 보험원리 차원에서 이를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며 "자체요율이 아닌 협의요율을 쓰는 것은 굳이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외 재보험사 요율을 쓰지 않을 경우 출재가 어려워 위험분산이 어려운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 의무보유와 관련해 일부 계약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있겠지만 계약 시기, 상황 등에 따라 계약별로 보유비율이 달라지는데 예외규정이 있다고 해도 일일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여는 것이 쉽지 않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역량 강화 차원에서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반보험시장은 전문가 시장인 만큼 시장에 맡기는 부분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방안이 대형사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인수 물건을 줄일 경우 단독인수가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위험인수 역량이 높은 대형사에 유리할 수 있다"며 "중소보험사들의 경우 일반보험 계약물건이 줄어들어 경쟁에서 도태되고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오히려 보험료가 높은 수준에서 경쟁이 이뤄져 기업보험 가입자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지급여력제도(RBC) 변경으로 자본확충 부 담을 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위험인수(보유비율)를 늘릴 경우 책임준비금이 늘어나 RBC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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