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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자율화 유명무실…책임은 누가?

  • 2018.06.05(화) 13:52

보험규제, 자율화 이전으로 회귀
보험료 인상만 몰두 보험업계도 자승자박
소비자보호-산업발전 균형돼야..신뢰회복 필요


최근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보장성보험 사업비 축소 추진'에 따른 파장이 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의 경우 전형적인 푸시(push)영업 상품인 만큼 영업을 위한 사업비 비중이 큰데 사업비를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하면 영업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보장성보험마저 판매가 어려워지면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걱정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2015년 ‘보험자율화’가 이뤄졌음에도 오히려 이전보다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험자율화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

실제 이전 정부에서 풀었던 보험 관련 규제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2015년 금융당국은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의 보험료 조정 한도를 점차적으로 늘리다 올해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실손보험료 조정한도는 다시 이전 수준인 25%로 낮아졌다. 보험료 인상·인하폭을 25%이상 넘기지 말라는 의미다. 상품개발과 보험료 산정에 자율권을 줬던 보험자율화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실손보험료 인하도 예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 실손의료보험 인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며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을 1조5000억원 가량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실손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

또 그림자규제 철폐 일환으로 2015년 재보험 관련 모범규준이 폐지되면서 실무규제를 모두 없앴는데, '실무규제를 없애고 난 뒤 제도의 법적 근거가 없거나 규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보험인수 심사 과정에서 계약자의 장애여부를 물을 수 없고 가입과정에서 수집한 고객 정보도 보유할 수 없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화가 시행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됐고 오히려 자율화 이전보다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소비자보호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보험산업의 발전은 다시 뒷전이 됐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보호와 금융산업발전은 금융당국에 주어진 오랜 숙제다.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쉽지는 않다. 소비자보호를 강조할 경우 금융산업 발전이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금융산업 발전을 강조할 경우 소비자보호에 빈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보니 정권이 바뀌거나 금융당국 수장의 성향에 따라 추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전 정권의 경우 금융산업 발전에, 이번 정권의 경우 소비자보호에 무게가 실린다.

보험업계에서는 "2년여만에 보험자율화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며 "금융산업 정책은 없이 소비자보호 명분만 앞세워 탁상행정이 이뤄지고 있는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정부만 탓할 수는 없다. 

 

보험은 금융에서도 특히 어렵고 불친절한 상품이어서 규제산업이라 불릴 만큼 많은 규제를 받아 왔다. 이런 규제산업에 자율화를 준 전제는 '상품개발과 가격책정의 자율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계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보험료 인상에만 신경 쓰느라 혁신과 다양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품경쟁이 아닌 마케팅 경쟁에만 몰두해 보험료 인상 외에는 보험자율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실손보험의 가격제한폭이 다시 생긴 것도 자율화가 되자마자 보험사들이 일제히 보험료를 20~30% 가량 인상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보험료 규제가 이뤄질지 모르니 올릴 수 있을때 보험료를 올리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자율화하겠다’는 당국의 약속은 일관성없는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신뢰를 얻지 못했고, 보험업계 역시 자율이 보여줄 긍정적인 효과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랬다 저랬다하는 정책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쯤에서 금융당국과 업계가 자율화에 대해 다시 한번 재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는 스스로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당국은 이를 위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판을 깔아줘야 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소비자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의 추가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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