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식 기자 hspark@bizwatch.co.kr 배민주 기자 mjbae@bizwatch.co.kr
2018.07.17(화)15:21
경제뉴스의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설명해드리는 '뉴스 투뿔' 박호식 입니다.
7월16일 월요일, 경제 관련 정부부처 장관들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제목은 '최저임금 불끄기'입니다.
첫 등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입니다. 김 부총리는 아침부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현 경제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반기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곧이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등장합니다.
홍 장관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상공인업계와 만났습니다.
홍 장관은 중소상공인에게는 사업별,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달라는 건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대신 노동자와 대기업에 소상공인들을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자에게는 임금이 오르는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중소상공인제품을 많이 사달라고 했고, 대기업에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가에 반영해달라고 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나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소하도급업체가 인건비 등 경비가 늘면 원청업체인 대기업에 하도급대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위원장은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과 협상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등장합니다.
백 장관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삼성전자 등 12개 대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을 위한 산업부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업을 위한 정부부처가 되겠다...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이 장관에게서 듣기 어려웠던 표현입니다.
백 장관은 이를 위해 특히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합니다. 이달말에 규제혁신 토론회를 개최하고, 규제혁신을 위해 필요하면 국회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클라이맥스는 문재인 대통령입니다.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존중한다"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됐다"고 사과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지난주 토요일 7월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퍼센트 인상한 83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이 발표되자 경제계와 노동계는 시끌벅적했습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결정한 회의에도 불참한채 너무 많이 올렸다고 반발하고, 노동계는 문대통령 공약과 달리 상승폭이 작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상공인단체들은 대책도 없이 최저임금만 올랐다고 정부를 성토했습니다.
이렇듯 이해관계자 모두가 대놓고 반발하면서 최저임금은 경제이슈를 넘어 문재인 정부에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7월16일 월요일에 대통령과 관련 정부부처가 불끄기에 나선겁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노동계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이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들에게 양해를 구한뒤 노동계와 대기업에게 중소상공인을 생각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소상공인들을 달랬고, 백운규 장관은 규제완화에 앞장서겠다며 대기업들을 달랬습니다.
최저임금 불끄기를 위한 각본없는 드라마, 예고편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지 않도록 또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드수수료 인하, 건물임대료 부담 완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 등이 거론됩니다.
다음 드라마 주인공은 소상공인과 근로자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규제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관심사입니다. 박호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