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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서민·중소기업 외면" 비판에 여신금융사 '곤혹'

  • 2018.08.31(금) 17:58

윤석헌 금감원장 "대출금리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있다"
업계 "금리 꾸준히 인하…시장원리 존중해야"
해외진출 강화는 공감…보험·부동산금융 허용 건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여신전문금융사들의 대출금리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윤 원장은 캐피탈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전사들이 서민과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전사들은 이같은 윤 원장의 지적을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춰왔고 여전사만의 특성이 있음에도 서민과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금융회사로 인식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윤석헌 원장은 31일 여신전문회사 CEO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여전사 본연의 역할은 금융 약자가 금융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은행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과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제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전사는 롯데캐피탈·아주캐피탈·애큐온캐피탈·오릭스캐피탈·하나캐피탈·한국투자캐피탈·현대캐피탈·JB우리캐피탈·KB캐피탈·NH농협캐피탈 등 총 10개사다.

대부분 본업인 리스나 할부금융 업무 외에도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여전사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9% 이상이다.

캐피탈사가 금융약자를 위해 종사해야 한다는 금감원장의 지적에 업계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아직도 금융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전업계 관계자는 "햇살론과 미소금융, 바꿔드림론과 같은 정책적인 서민대출상품이 해야 할 일을 업계에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여전업계 "대출금리 꾸준히 낮추고 조달비용은 높아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신전문회사들은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웠다. 당시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찾을 수 있는 금융회사는 대부업체 외에는 없었다. 당시 대부업체의 개인대출 금리는 연 60%가 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자가 폭발적으로 많아지자 정부가 여전사에도 개인신용대출시장을 열어줬다. 당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자의 반(半), 타의 반(半)'으로 개인신용대출시장에 발을 딛었다.

당시 은행권의 개인신용대출금리는 연 8~10% 수준이었으며 현재는 연 4~5% 수준으로 낮아졌다. 여전사도 당시 최대 연 39.9%까지 받던 개인신용대출금리를 최근에는 19% 수준으로 내렸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개인신용대출금리를 낮춰왔지만 여전사는 여전히 고금리로 고객돈을 빼먹는 대명사로 인식된다는게 업계 불만이다. 업계는 특히 이같은 이미지의 상당부분은 금융당국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전사가 서민을 외면하고 금리장사를 한다'고 언급한 것이 확대 재생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 대부분을 회사채 발행 등 차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조달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은 오르는데 서민을 생각하라며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여전사 해외진출 적극 돕겠다"

대출금리를 놓고 싸늘했던 간담회는 여전사들의 수익창출로 옮겨지며 다소 누그러졌다. 윤석헌 원장은 새로운 수익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업계는 금융당국이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여전사들은 지난 6월말 기준 15개 국가에 37개 해외점포를 운영중이다. 2015년 이후 18개가 신설되는 등 최근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원은 아쉽다는게 업계설명이다. 금감원은 감사원 등의 비용절감 요구로 최근 홍콩사무소를 폐쇄했고 싱가포르에 신설하려던 사무소 계획도 철회했다.

금감원도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최근 '금융회사 동남아 진출 전략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여전사만의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금감원도 이러한 혁신과 도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캐피탈의 미국 등 해외진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금감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현대캐피탈은 8개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전사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 밖에 여전사들은 보험과 부동산금융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윤 원장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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