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여신금융협회 협회장 선거가 후보등록 마감 나흘을 앞두고 과열 양상이다. 10명이 넘는 민·관 출신 후보자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등 역대 여신금융협회장 선거 중 가장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 차기 협회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규제 강화로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과 카드사 사이에 가교를 이어줄 후보가 이번 선거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10여명 하마평…"눈치싸움 치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차기 회장 모집 공고를 통해 후보자 지원을 받고 있다. 앞서 이 협회는 회장 선거를 위해 카드사 7명, 캐피탈사 7명 등 기존 이사회 이사 14명과 감사 1명 등 15명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번 선거에는 약 10명가량의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선 정부기관 출신으로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행시 23회)과 조달청장을 지낸 김성진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맨(행시 19회),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행시 25회) 등이 거론됐다.
최규연 전 조달청장(행시 24회)과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1986년 한국은행 입사) 등도 후보 등록 가능성이 점쳐졌다.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행시 22회)의 재출마설도 나온다.
업계출신 후보자들도 이름이 거론된다. 임유 전 여신협회 상무와 정수진·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박지우 전 KB캐피탈 사장, 서준희 전 비씨카드 사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
이달 초 김덕수 현 여신금융협회장의 부친상 빈소에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얼굴을 비추고 업계의 분위기를 살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후보 지원 과정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일부 후보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좁히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회추위는 쇼트리스트(압축후보군)를 작성해 선거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고 결과 지원자가 5명 이상일 경우 오는 회추위를 소집해 쇼트리스트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클 수도 있어 일부 후보들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며 "밀어주던 후보가 협회장 당선이 된다면 임원 인사를 통해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교식·정수진·고태순 등 두각
현재로서 출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김교식 전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일치감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왔다.
김 전 차관은 재정경제부 홍보관리관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기획재정부 기조실장, 여성가족부 차관 등을 지냈다. 아시아신탁 사장도 지내면서 짧게나마 민간 경험도 쌓았다.
다만 여신금융관련 업무 경험이 많지 않다는 약점도 있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당국의 정책에 따라 업계 달래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우려다.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도 출마가 유력하다. 같은 하나카드 출신인 정해붕 전 사장도 하마평에 올랐다. 두 후보 중에선 가장 최근까지 현장에서 종사하며 업계의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정 전 사장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다.
민간 업계출신 회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카드사들을 둘러싼 규제환경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우대가맹점 수수료율 대상이 크게 확대되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지는 동안 최초의 업계 출신 여신금융협회장인 현 김덕수 회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캐피탈업계 출신의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도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관 출신이 독점하던 여신금융협회장에 지난 선거로 KB국민카드 출신의 김 협회장이 당선됐으니, 이번에는 캐피탈업계 출신 협회장도 나올 만 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캐피탈업계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면서 회원사의 지지를 받기도 쉽고,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불만많은 카드사 출신이나 낙하산 논란이 일 수 있는 관 출신 후보 보다는 캐피탈 출신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결과다.
또 다른 관계자는 "능력있는 지원자가 협회장 선거에 몰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업계의 현안이 많아 당선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진심으로 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일을 해줄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