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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금융 회장 '졸속검증' 우려없나

  • 2018.10.29(월) 15:29

우리은행, 지주사 회장후보 보름만에 뽑아야
금융위 "개입안한다"했지만 눈치 보며 일정미뤄
촉박한 검증 일정 '졸속' 시비 우려

[사진 = 이명근 기자]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관심사가 '당국의 승인'은 아닌 듯하다. 내달 마지막 '관문'인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회장 선임'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지주사 전환 자체는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다. 관심은 '누가 지주 회장이 될까'에 쏠려있다.

지배구조가 명확한 기업이라면 시선을 끌지 못했을 이슈다. 지주사 전환 여부를 떠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주주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우리은행이 회장 선임을 두고 시끄러운 이유는 2016년 민영화 뒤에도 지배구조는 여전히 '반민반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과점주주(IMM PE·동양생명· 한화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가 지분 27.22%를 갖고 공동 경영하고 있다. 사외이사 5명도 과점주주가 추천한다.

 

정부가 무자본특수법인으로 설립한 예금보험공사는 2016년 우리은행 지분을 팔았지만 여전히 18.43%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남아있다. 국민연금도 지분 9.29%를 갖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우리은행이 완전히 민영화됐다고 선언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굴레를 벗었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우리은행 최고경영자 선임 때마다 굴레를 다시 씌우고 있다.

작년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예보 측이 선임한 비상임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결국 임추위에서 비상임이사가 빠졌지만 우리은행이 정부 그늘 아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년 뒤 또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엔 지주사가 될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정부가 의도한 사람을 회장에 앉히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최 위원장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에 관여하겠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은행 18.4% 잔여지분 가진 주주이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지켜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최 위원장도 수긍이 간다. 지분 18.4%에 대한 주주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2016년 정부가 민영화를 공식 선언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끼어들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기업가치는 되려 떨어질 수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달 초 두차례 간담회를 통해 지배구조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간담회를 토대로 열렸던 지난 26일 이사회에선 지주사 회장 선임 절차 등이 공식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사회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금융당국 승인 이후로 문제 해결을 미뤘다. 지배구조 문제를 풀 수 있는 한달이라는 시간을 버린 셈이다. 업계에선 우리은행이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이 계획한 대로 오는 12월28일 주주총회에 지주 회장 후보를 보고하기 위해선 11월23일 이사회 전까지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내달 7일 금융위 정례회의 직후에 곧바로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 들어간다 해도 주어진 시간은 보름에 불과하다. 2008년 지주사로 전환한 KB금융지주는 금융위의 예비인가 승인이 나기 한달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 검증 작업에 나섰다.

언론에선 이미 10여명의 회장 후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 후보 검증 기간이 짧아졌으니 누가 회장 후보에 선정돼도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떨어진 후보들에게서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뒷말이 나올 것이다. 우리은행 기업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봤으면 한다. 적어도 민간기업이 정부 눈치를 보며 실기(失期)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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