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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탄생-강제해체' 파란만장 우리금융지주 컴백

  • 2018.11.07(수) 19:08

금융위, 우리금융지주 설립 인가…내년 1월 출범
우량 금융지주로 재탄생…지배구조 8일 결정
투자여력 6조 확보…BIS비율 고려 뒤 M&A 나설 듯

 

2014년 민영화를 위해 우리금융지주를 합병했던 우리은행이 4년만에 다시 우리금융지주를 떼어낸다. 시계를 더 뒤로 돌려보면 2001년 한빛·평화 등 부실은행이 합병해 탄생했던 우리금융지주는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였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우리금융지주는 앞으로 회장과 행장 선임, 인수합병(M&A) 등의 과제를 안고 출발선에 서게 됐다.

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가칭) 설립을 인가했다. 지난 5월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공식 선언한지 6개월 만이다. 이로써 국내 5대 시중은행 모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 6개 자회사를 두게 된다. 손자회사는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 16개다. 

우리금융지주는 주식의 포괄적 이전 방식을 통해 설립된다. 우리은행 등 주주는 보유한 주식을 지주사로 이전하는 대신 지주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출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금 등 5개 자회사와 한빛증권, 한빛투신운용, 한빛신용정보, 비씨카드 등 9개 손자회사로 구성된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다. 당시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갖고 있었다.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 자산 103조원의 세계 90위권 대형금융그룹으로 화려하게 포장됐지만 그 이면엔 1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사의 집합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며 우량한 금융그룹으로 안착했던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해체됐다. 빠른 민영화를 위해 계열사를 쪼개 판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합병했고 지방은행·증권·자산운용·보험은 차례로 팔려나갔다. 우리은행도 IMM PE·동양생명· 한화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대 과점주주에게 매각되며 민영화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 대신 민영화를 택한 사이 KB, 신한, 하나, NH 등 경쟁 지주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4년만에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다시 전환하는 이유도 우리은행만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안착하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회장과 선임 등 지배구조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내년 이후 지주사에 걸맞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M&A)에도 나서야 한다.

우선 누가 지주사 회장을 맡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안정된 경영을 위해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회장을 겸직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손 행장은 전임 행장 시절 채용비리 파문 이후 조직 안정화, 성공적인 지주사 전환, 사상 최대 실적 등으로 평가도 좋다. 업계에선 지주사 출범 이후 1년간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고 이후 분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변수는 금융당국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의도한 사람을 회장이나 행장에 앉히기 위해 의사 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예보가 여전히 우리은행 18.4% 잔여지분 가진 주주이고 국민재산인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근엔 "다른 은행도 겸직했다가 분리하는 쪽으로 갔다"며 "겸직하면 언제까지 할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향방은 오는 8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선 '선 지주사 인가, 후 지배구조 논의'로 결정을 미룬 바 있다.

성공적인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공격적인 M&A도 필요하다. 내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해도 지주 아래 경쟁력을 갖춘 금융사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정도뿐이다. 증권과 보험 등을 인수해야 명실상부한 금융지주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할 수 있어 우리금융지주는 최소 6조원의 투자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주사 출범 1년 이후에야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과점주주인 키움증권과 IMM PE에 대한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4% 이상 초과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단 4% 이상 초과보유 주식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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