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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우리금융, BIS비율 꼴찌가 꼴찌 아닌 이유

  • 2019.05.17(금) 13:54

우리금융지주, 1분기말 BIS비율 11.06%..금융지주 최하
지주사 전환되며 산출법 바뀐 탓..M&A 추진에 제약
산출법 바뀌면 회복..당국 "오래 걸리지 않을 것"

11.06%.

지난 15일 우리금융지주가 분기보고서에 공시한 지난 3월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 비율이다.

BIS비율은 은행 건전성을 볼 수 있는 핵심지표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구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적정성이 좋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8%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외환위기(IMF)때 퇴출 은행의 잣대가 BIS비율 8%였다.

우리금융이 마지노선은 넘겼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에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그룹 BIS비율이 11.1%라고 발표했다. 예상치보다 BIS비율이 더 떨어진 것이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최하위권이다. 분기보고서 기준 지난 3월 주요 금융지주 BIS비율은 KB금융 14.83%, 하나금융 14.79%, 신한금융 14.03% 등으로 14%대를 유지하고 있다.

◇ 산출방식 바뀌면 BIS비율도 바뀐다

우리금융만 BIS비율 '급'이 낮은 이유는 산출 방식 자체가 달라서다.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표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표준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는 과거 대출 등 사내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위험가중치를 산출하는 내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표준방법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했을 때 BIS비율은 더 높게 나온다.

2008년 금융당국은 BIS비율을 산출할 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은행이 자율적으로 표준방법과 내부등급법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다만 내부등급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신한·KB·하나·NH 등 주요 금융지주는 모두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당국 승인을 받았다는 얘기다.

반면 올해초 지주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BIS비율 산정방식의 '기본값'인 표준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출범 전부터 BIS비율 하락에 대한 걱정이 많이 제기됐다. 우리금융의 모태 격인 우리은행은 내부등급법이 적용됐고 작년말 BIS비율은 15.65%였다. 지주사 전환 영향으로 BIS비율이 4.56%포인트 가량 낮아진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은행과 합병, 다시 출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BIS비율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우리은행과 합병 직전인 2014년 6월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4.08%였다. 이후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 합병됐고 이후 우리은행은 15% 안팎의 안정적인 BIS비율을 유지했다.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지방금융지주 3곳도 모두 표준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아직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다. 주요금융지주보다 BNK금융(13.37%), JB금융(12.87%), DGB금융(12.79%) 등 지방금융지주의 BIS비율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 중에선 신한·우리·SC·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경남·산업·기업·농협 등 12곳이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씨티·제주·전북·수출입·수협 등 5개 은행은 아직 표준방법이다.

◇ 당국 승인 기다리는 우리금융·지방금융

우리금융과 지방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 전환을 위한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BNK금융과 DGB금융은 2016년부터, 우리금융은 올해부터 내부등급법 전환을 준비중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대외적으로 표준방법에 따른 BIS비율을 공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내부등급법을 적용한 BIS비율도 따로 산정해 금융당국 승인을 받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1년 가량 표준방법과 내부등급법으로 BIS비율을 병행 산출해 금감원에 보고하면 금감원이 내부등급법에 대한 신뢰도 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초 지주로 출범한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전환을 위한 사전점검을 시작하지 않았다"면서도 "지주 설립전부터 BIS비율 준비를 미리해왔고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도 복잡하지 않다. 우리금융의 노력에 따라 내부등급법 전환에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금융지주도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하기 위해 2016년부터 준비하고 있다. DGB금융과 BNK금융은 지난해 사전점검까지 받았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초 DGB금융, 작년 말 BNK금융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했고 미흡 사항에 대해 수정·보완해라는 통보를 내렸다"며 "현재 외부 컨설팅 기관을 통해 보완하는 단계로 아직 수정 사항을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JB금융은 자회사인 전북은행이 아직 표준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지주의 내부등급법 전환에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전점검도 신청하지 않은 우리금융이 2016년부터 준비했던 지방금융보다 더 빨리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 내부등급법을 적용해 BIS비율을 낮추면 건전성이 좋아지는 동시에 투자 여력을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초 지주로 전환한 우리금융이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회사 등 소형 인수합병(M&A)만 추진하는 이유도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조 단위 인수자금이 투입되는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자칫 BIS비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표준방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할 경우 BIS비율이 주요 금융지주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8조원 가량의 투자여력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우리금융이 '은행외 금융사 대어잡이'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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