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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방금융, 코로나에 'BIS비율 내부등급법' 더 절실해졌다

  • 2020.04.06(월) 16:20

우리·지방금융지주, BIS비율 불리한 표준방법 사용 중
M&A·코로나 피해지원 등 행보에 부담
내부등급법 사용위해선 금감원 승인받아야

금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사들의 BIS비율 산출방식이 바뀔 수 있을지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 은행의 자산 위험도가 높아지고 금융지주사들도 BIS비율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는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 하나 더 있다. 이들 금융지주사들은 BIS비율을 산출할때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을 바젤위원회의 '표준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들의 '자체 내부등급법'에 비해 불리하다.

하지만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려면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이 숙제를 풀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내부등급법 승인 못받은 이유

'내부등급법'이란 금융지주사나 은행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회사 고유의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자본건전성 비율인 BIS비율 산출때 분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

원론적으로는 금융지주나 은행은 위험가중자산 산출때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표준가중치를 적용하는 '표준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지주를 비롯 KB, 하나, 농협금융지주는 '표준방법'이 아닌 자체 개발한 모형에 따른 ‘내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당국이 BIS비율 산출때 표준방법과 내부등급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감독규정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내부등급법 사용을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필요한데, 우리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주사 해체→민영화→2019년 우리은행 분할 및 지주사 재설립을 거치며 승인을 받지 못했고 지난해부터 실질적인 금감원 승인작업을 해왔다.

내부등급법 활용이 승인나면 우리금융지주의 BIS비율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89%로 내부등급법을 활용하고 있는 신한(13.90%), KB(14.48%), 하나(13.95%)에 비해 최대 2.5%포인트 낮다.

BNK, DGB, JB금융지주 역시 지주사 설립 이후 꾸준히 준비를 해왔지만 아직 금감원 승인은 받지 못했다. 다만 주력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은 지난 2017년, DGB대구은행은 지난해말 내부등급법 활용을 승인받았다. 전북은행은 아직도 표준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허들'이 높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평가모델보다 더욱 촘촘한 내부 모형을 구축해야 가능하다"며 "쉽게 승인을 내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꼼꼼하게 검사를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갈길 바쁜 우리금융

상대적으로 마음이 급한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지방금융지주의 경우 오랫동안 표준방법에 기초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해온 만큼 이에맞춰 BIS비율을 관리해 왔다.

지난해말 기준 지방금융지주의 BIS비율은 BNK 12.95%, DGB 12.32%, JB 13.16% 등으로 신한, KB, 하나, 농협에 견줘 크게 낮다고 보기 힘들다. 바젤Ⅲ기준 규제비율 커트라인인 10.5%에 비해서도 여유가 있다.

지방금융지주사는 또 오랜기간 내부등급법 승인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BNK금융은 올해 9월 이후, JB금융은 내년 상반기 중 금감원 승인이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89%로 바젤Ⅲ기준 규제비율 커트라인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지주 계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BIS비율이 낮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대규모 M&A를 자제해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에도 경쟁사에 비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직접 인수가 아닌 우리은행을 통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고 올해 푸르덴셜생명 입찰에도 사모펀드인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간접 참여했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위험가중자산이 높은 업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표준방법으로는 BIS비율 관리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까지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로 준비해왔지만, 아직까지 승인심사 신청서도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지주사 출범 이후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해 준비를 해왔으며 이와 관련해 꾸준히 금감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금감원과 소통을 통해 내부등급법응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모형이 준비됐다는 판단이 들면 승인심사 신청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섣불리 내부등급법 승인을 요청했다가 반려될 경우 내부등급법 사용 승인이 크게 미뤄질 수도 있어 신중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모태인 우리은행의 BIS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샷으로 금감원의 문턱을 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자칫 섣부르게 신청했다가 반려되면 우리금융의 내부등급법 사용은 최소 2~3년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내부등급법 조기 승인에 영향 줄까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내부등급법 승인이 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지주 주력계열사인 은행들이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BIS비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심사를 서둘러줄 가능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은행에 2022년 도입 예정이었던 바젤Ⅲ 최종안 중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선’ 항목을 오는 6월말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바젤Ⅲ란 바젤위원회(세계 주요 10개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제시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에 대한 개편안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금지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바젤Ⅲ개편안 중 BIS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선 항목'에 대해 우선 앞당겨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을 주력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이 기존처럼 '표준방법'을 활용해 BIS비율을 산출하게 되면 BIS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들 금융지주사와 계열 은행이 코로나19 자금지원에 나설때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위험가중자산 산출방법이 통일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기현상' 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경쟁력을 유지하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국이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내부등급법은 철저한 모형을 구축해야 승인할 수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느정도 허들을 낮추고 시범사용 기간에 제대로 보완하도록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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