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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 정말 포화시장인가?

  • 2019.01.11(금) 17:36

보험사, 일반손해보험 비중 고작 10%
사회적 보험 인식바꾸면 시장 무궁무진


보험업계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포화된 시장에 경쟁까지 심해져 날로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묻는다. 국내 보험시장이 정말 포화상태인가?

손해보험업계를 보자. 일반손해보험(이하 일반보험) 시장은 해외 시장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 일반보험은 화재보험, 해상보험, 보증보험 등 각종 위험을 담보하는 상품으로 보험의 모태다. 하지만 국내 손보시장은 건강보험, 암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커지면서 일반보험 시장이 커나갈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 손보사의 일반보험 비중이 70-80%에 이른다. 반면 국내는 10% 내외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혹시 해외에 비해 국내에는 일반보험을 가입할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닐까? 

답은 노(NO)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다. 세계적인 전자·반도체기업을 비롯해 자동차, 조선, 건설, IT기업과 호텔, 관광, 콘텐츠 등 서비스산업도 발달해 있다. 이들 모두가 일반보험 가입 대상이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헬기추락사고, 저유지 화재 등도 모두 일반보험이 담보하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왜 일반보험이 성장하지 못했을까? 단순히 보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앞서 세월호 사고 등을 통해 고통과 손실을 경험했고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바로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달라졌을까?

과거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하면 묵을 예정이었던 H호텔 지하 보일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외국인을 비롯해 600여명이 투숙했는데 1층 로비 천장이 무너지고 지하 2층까지 피해가 이어져 복구까지 6개월가량이 걸린 큰 사고였다.

H호텔은 전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는 운영만 하고 당시 부동산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이 호텔 소유주는 화재보험에만 가입한 상태였다. 미국 대통령이 묵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호텔이지만 그마저도 일부 담보만 골라서 가입했다. 당시 발생한 화재는 화학적 원인에 의한 폭발 사고였는데 소유주는 이 담보를 제외하고 가입해 화재복구비용에 대한 충분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지출해야 했던 직원 월급과 세금 등이 화재 복구비용보다 훨씬 많이 나왔을 것이란 점이다. 해외에서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기업휴지보험을 이 소유주는 가입하지 않았다. H호텔 본사에서 휴지보험을 가입했지만 본사차원에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아닌 이상 모든 손해는 H호텔 소유주가 떠안아야 했다.

25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도 대형 호텔 소유주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화재보험 이외의 보험에는 거의 가입하지 않고 있다. '설마'하는 마음에서다.

'설마 내가 만든 공장에 화재가 나겠어?', '설마 우리집이 무너지겠어?'하는 생각들이 팽배하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시켜야 하는 때가 왔다. 국가가 하지 못한다면 보험사가 나서야 한다. 리스크관리 서비스를 하는 것이 보험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완전히 새로운 상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해외까지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도 일반보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위험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한 공포마케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위험이 닥치면 늦는다. 설마란 생각에 기대다 사고가 나면 '나만 운이 나빴다'며 지나쳐버리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보험은 설마가 아닌 혹시 모를 모든 위험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처방만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해 사회적 비용과 사고를 줄이는 '리스크매니지먼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의 위험대비 인식과 능력이 더 커지는 것이 손해보험시장을 키우는 모태가 될 수 있다.

가격경쟁에 몰두해 남는 것 없는 보험료 전쟁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식이 바뀐다면 국내 보험시장은 결코 포화시장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다. 

다시 보험업계에 똑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과연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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