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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중개사를 말하다]"보험은 상품 아닌 위험관리 솔루션"

  • 2019.01.14(월) 16:34

[비즈人워치]이형구 마쉬코리아 사장
"서비스로 인식전환돼야 레드오션 탈출"
"보험사 스스로 바뀌어야 소비자도 변화"

일반보험에서 주요 축을 담당하는 모집채널인 보험중개사 제도가 올해로 도입 22년째다. 하지만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에서 입지는 미미한 상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보험중개사업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보험중개사의 역할과 현위치를 분석하고 문제점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 이형구 마쉬코리아 사장.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보험을 상품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리스크관리 서비스, 즉 솔루션으로 볼 것인지 (보험업계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때입니다."

글로벌 보험중개회사이자 리스크자문업체인 마쉬코리아 이형구 사장은 보험중개시장을 넘어 국내 보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누가 더 싼 보험료로 '상품'을 제공하는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보험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국내 보험시장은 가격경쟁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기본적인 리스크매니지먼트 서비스 제공이라는 보험의 본질과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며 "고객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먼저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업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보나 사업비를 줄여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위험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 보험료(premium), 즉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 "위험관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변화 큰 과제"

이형구 사장이 이끄는 마쉬코리아는 보험 리스크매니지먼트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 글로벌 보험중개회사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는 1997년 보험중개사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1979년에 진출,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의 보험중개와 국내 보험사들의 재보험 업무를 맡아왔다.

기업들이 합리적인 보험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시장상황과 보험업법에 맞는 보험상품을 분석해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국내 보험중개사 시장에서는 최초로 매출 500억원을 초과 달성했고 200명에 가까운 전문인력을 보유중이다.

그러나 이런 마쉬에게도 국내 보험중개시장이 녹록지는 않다.

이형구 사장은 "해외는 브로커(보험중개사) 중심의 기업보험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국내는 손에 꼽히는 대기업들도 리스크매니저라는 '위험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들이 적은데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보험사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브로커 시장이 성장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 사장에 따르면 일부 국내 기업들이 보험업계에서 '브로커'로 불리는 보험중개사를 인식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 해외 정유사들의 보험사고로 재보험사들의 손해율이 크게 올랐고 국내 정유업계까지 보험료 상승여파가 미쳤다. 국내에서 보험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에너지 관련 보험시장이 하드닝(전반적인 시장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증가)시장이 되면서 보험료가 2배 이상 올랐고 보험가격을 국내 보험사가 아닌 해외 재보험사가 컨트롤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알게 됐다. 보험료 협상을 위해 이들과 집적적인 접촉 루트가 필요하다고 느낀 기업들이 움직이면서 브로커와 국내 기업의 접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보험사는 자신의 상품만 팔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과 비교해 더 좋은 보험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브로커는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가 고용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맞는 최적의 보험상품과 가격을 비교해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보험중개시장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보험사에 의존해 보험을 가입하고 있으며 중개시장에 대한 인식도 낮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장은 국내 보험중개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진단한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위험관리자 역할, 보험업계 중요한 모멘텀"

이형구 사장은 "국내 중개사시장의 변화를 따져보면 도입초기인 1기에는 보험사의 재보험을 맡는 수준에서, 2기에 접어들며 기업과 실제 보험가격을 설정하는 시장과의 매칭 역할에만 머물렀다"며 "현재는 보험뿐 아니라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제3기 초반으로 진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나 고시원 화재사고, KTX 탈선, KT 화재사고 등 큰 사고들을 거치면서 위험에 대한 인식과 위험관리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일고 있다"며 "사회 전체적인 위험관리강화와 인식변화를 위해서 보험과 보험업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모멘텀Momentum)"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이 '어디가 더 보험료가 싼가'가 아니라 '누가 나에게 더 좋은 위험관리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도록 바꾸는 것이 보험중개사뿐 아니라 보험업계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쉬운 해결책은 없겠지만 참여자들이 공감하고 노력한다면 시장 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보험상품을 권유하던 시장에서 벗어나 고객 스스로 위험관리를 위해 보험과 브로커를 찾게 되고 결국 보험중개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분석이다. 

◇ "보험업계 스스로 변해야 산업도 바뀐다"

이형구 사장은 앞서 언급했듯 보험업계 스스로가 변해야 모든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조직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 마쉬가 중개업계에서는 리더의 위치에 있지만 자부심만 가질게 아니라 리더로서 변화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변화하지 않고 지금의 형태를 계속해서 가져간다면 보험산업은 레드오션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말 서울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사무실을 이전하며 전면적인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것도 변화를 위한 발걸음이다. 

 

이 사장은 "앞서 스마트오피스를 실패한 사례들이 꽤 있기 때문에 나조차 반신반의하며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었다"며 "초반에는 불만이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임원방을 없애고 지정석을 폐지한 대신 다양한 업무활용 공간을 마련하면서 한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직원간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고 부서간 협력도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마쉬가 속해있는 MMC그룹 내 계열사인 가이 카펜터(Guy Carpenter), 머서(Mercer),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 4개사가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돼 시너지와 협업을 통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큰 변화이자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머서는 HR컨설팅, 올리버 와이먼은 경영컨설팅업체이며 가이카펜터는 재보험중개사이다. 마쉬의 고객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경우 올리버와이먼이 경영전략을, 머서가 인사를 담당하고, 마쉬가 보험 및 위험관리에 대한 자문을 동시에 제공해 하나의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마쉬코리아가 세계 MMC그룹의 모델 오피스가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 사장은 "한국사회의 안전의식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리스크매니지먼트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다면 우리와 보험환경이 비슷한 호주와 같이 시장이 10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올해 마쉬는 JLT(영국 보험중개업체 자딘로이드톰슨) 인수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마쉬코리아가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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