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사진)이 "금융 때문에 수주 못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24일 열린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기자 간담회장에서다. 그간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등 '부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수출기업 금융지원이라는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은 행장은 "금융은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다"며 퍼주기식 지원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날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여신지원계획을 보면 올해 수출 관련 대출은 작년보다 2.8% 늘어난 31조20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대신 해외사업과 수입 관련 대출은 각각 1.7%, 0.9% 줄일 계획이다. 올해 보증규모는 13조원으로 작년보다 3.9% 늘렸다. 건설, 플랜트, 선박 등 수주산업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올해 첫번째 추진계획은 '해외 금융 주선 강화'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10대 신흥시장을 2020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미개척 자원 보유국이나 거대 내수시장을 가진 곳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수출입은행은 사업 초기단계부터 금융자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사업 공동개발을 위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도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또 건설·플랜트 등 산업은 단순도급형이 아닌 고부가가치 투자개발형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은 행장은 "중국은 돈을 팍팍 퍼주는데 한국은 돈을 안준다는 등 금융 때문에 수주가 안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수주를 딴 다음에 수출입은행을 찾아와 돈 달라 하지말고 처음부터 어떤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같이 디자인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수출입은행 해외사업단도 기업을 먼저 찾아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이 일부 중소조선사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성동조선이나 STX조선이 어려워진 것은 RG 발급이 안돼서라기 보단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해서였다"며 "지나친 저가 수주에 대한 RG 발급 거부는 어쩔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다"며 "국민 혈세를 퍼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수출입은행이 본업 강화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2017년 1700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작년엔 5000억원대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며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은 13%대로 올랐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대로 낮아져 재무안전성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지방이전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익의 60%가 해외에서 나온다"며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지방은 영업력이나 경쟁력에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에 더해 특수기능을 갖춘 수출입은행은 외교부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외교부는 서울 정부청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