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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금리하락에 '두마리 토끼' 잡고 흐뭇

  • 2019.07.02(화) 14:12

보유 채권 대거 매도가능증권 재분류 뒤 금리하락 기조
채권평가익 증가로 지급여력비율 상승
일부 채권 팔아 장기채 매입,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 확대

교보생명이 보유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뒤 금리하락으로 지급여력비율과 자산·부채간 듀레이션이 개선되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로 건전성 기준인 RBC(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지고, 이와 함께 단기채를 팔아 수익을 현실화하면서 장기채를 매입해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매칭도 확대하고 있어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2017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가지고 있던 채권 29조원 규모를 모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매도가능금융자산은 2016년 20조8263억원에서 2017년 52조5887억원으로 증가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7조1099억원으로 늘었다.

매도가능증권은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는 기조에서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2017년 이후 한국은행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금리하락 기조가 지속됐다. 특히 장기채권 금리의 경우 보험사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더욱 하락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이익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교보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이익은 2016년 3429억원에서 2017년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모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변경 후 1조269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매도가능금융자산 증가와 금리하락 기조로 2018년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이익은 1조5722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1분기에는 2조1735억원으로 1분기만에 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보유하고 있을 때는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평가손익을 따지지 않지만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할 경우 매 분기마다 금리에 따른 채권평가손익이 계산된다. 그러나 이는 실제 채권 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 것이 아닌 '평가손익'이기 때문에 회계상 손익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항목에 넣고 있다.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날수록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RBC가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 2016년말 교보생명 RBC는 233.85%로 생보 1위인 삼성생명 302.14%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이후 채권평가이익 확대 등으로 교보생명 RBC는 2017년말 295.97%, 2018년말 311.83%, 올해 1분기말 322.09%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같은기간 삼성생명은 317.81%(2017년말), 314.28%(2018년말), 338.74%(2019년 1분기)로 소폭 상승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같은 금리하락기에 채권재분류를 통해 RBC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가 상승할 경우 RBC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해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 RBC하락 우려에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왜?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채권재분류를 통해 RBC를 부풀려보이게 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재분류 후 3년간 금융자산 계정 재분류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리하락기에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꾸면 3년 이내에는 만기보유증권으로 다시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채권을 모두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변경한 교보생명의 경우 금리흐름이 바뀌는데 따른 리스크도 커진 것이다.

더욱이 교보생명이 계정을 재분류한 2017년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사되면서 채권평가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교보생명이 이같은 채권평가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매도가능금융자산을 늘린 이유는 자산·부채간 듀레이션갭을 줄이기 위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처분하고 장기채를 매입하기 위함이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변화할 때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다. 보험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크게 벌어지게 되면 금리리스크가 확대돼 보험사 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20년으로 제한했던 부채듀레이션한도를 올해 30년으로 확장하면서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돼 RBC비율이 급락할 위험이 커졌다. 교보생명은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실질적인 RBC 급락을 막기 위한 자산의 듀레이션 확대가 시급한 과제였던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산 듀레이션이 RBC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채권평가손실보다 장기채를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채권재분류 이후 오히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채권재분류 당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다만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을 견딜 여력이 있다고 보고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래 보험사는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운용이 어려워져 상태가 안좋아져야 하는데 매도가능증권을 시가평가 하면서 자산가치가 올라가 가용자본이 늘어 RBC가 높아지는 모순점이 있다"며 "금리가 상승하면 RBC가 낮아지겠지만 금리 수준에 따라 영향도는 달라질 수 있고 현재 300% 이상인 수준에서는 금리가 조금씩 상승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일부 채권 처분해 수익 실현하고 장기채 매입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난 만큼 교보생명은 일부 자산을 처리해 수익으로 전환하는 한편 장기채권으로 자산을 전환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22년 신지급여력비율(K-ICS)이 도입될 경우 부채 듀레이션이 커져 리스크가 높어질 것으로 예상돼 보유자산을 장기채권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예상과 달리 금리하락 기조가 지속돼 채권평가이익이 늘어나면서 최근 일부를 처분해 수익으로 실현하고 만기가 짧은 자산들을 장기채권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교보생명은 채권을 한꺼번에 처분할 경우 보유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 정책적으로 처분물량을 조금씩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장·단기금리 역전에 역마진 위험은 과제

현재 금리 상황은 교보생명에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 등 금리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앞으로 채권평가이익(채권가격 상승)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산·부채 구조개선을 지원하는 제도를 추진하는 점도 호재다.

당국은 장기채일수록 변동폭이 더 커져 보험사들이 장기채 매입을 부담스러워하자 만기까지 채권평가손익을 균등하게 나눠 반영토록 하는 '채권평가손익 인정기준 개선 방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장기채매입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RBC변동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최근 채권의 장·단기금리 역전으로 기존에 판매했던 확정형 고금리 상품들과의 이원차 역마진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RBC를 굳이 높일 필요가 없음에도 채권재분류를 한 것은 K-ICS 도입시 자산듀레이션 확대를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며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은 게 맞지만 보험사들의 장기채 수요가 많아져 장기채권의 금리가 낮아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해 역마진 위험이 있는데 이같은 부분들의 제도적인 해소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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