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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융사와 e-스포츠,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왜?

  • 2019.07.05(금) 17:07

신한은행, 금융권 최초로 e-스포츠 후원
10년 가량 냉각기 거쳐 작년부터 다시 투자
e-스포츠 효과 한계 있지만 미래투자

금융사와 스포츠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많은 금융사들이 구기 스포츠 종목을 중심으로 대회 스폰서쉽이나 구단 스폰서쉽을 체결하거나 구단을 운영중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금융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팬층이 두터운 종목일수록 더욱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구기 종목이 아니지만 두터운 팬층을 가진 스포츠가 있습니다. 2018년 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e-스포츠입니다.

금융사와 e-스포츠는 한때 뜨거웠다가 냉각기를 거쳐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 2005년 신한은행과 e-스포츠 첫 만남 

금융사 중 e-스포츠에 최초로 스폰서로 나선 것은 신한은행입니다. 신한은행은 블리자드의 실시간 전략(RTS·Real-time strategy)게임 '스타크래프트' 온게임넷 리그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메인 스폰서쉽을 맡았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시 e-스포츠 저변이 확대되던 시점에 큰 기업에서 스폰서쉽을 자처한 적은 없었다"며 "신한은행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스폰서쉽을 체결한 이후 큰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신한은행의 스폰서쉽이 종료된 뒤 동아제약(바카스), 대한항공 등 대기업이 스타리그 스폰서쉽을 체결하는 등 기업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효한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KB국민은행은 2006년 넥슨의 온라인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직장인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는 2010년 MSL(Mbc Game Starleague)의 메인스폰서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로는 금융사가 e-스포츠 리그의 스폰서쉽을 체결하거나 대회를 여는 등의 행보가 뜸해졌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금융사들이 e-스포츠 리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라이엇 게임즈의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장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ROX TIGERS'를 인수해 'Hanwha Life Esports'를 창단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LOL 국내 리그(LCK)의 메인 스폰서쉽을 체결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개최되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리버이벌시즌 2'를 공식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블리자드의 MOBA장르 게임입니다.

◇ '2030'에 주목 

금융사들이 e-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은 주요 팬층인 2030세대에게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LCK 메인스폰서쉽을 체결한 우리은행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습니다.

LOL은 전 세계적으로 약 1200만명 이상의 유저가 플레이를 한 기록이 있을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입니다. 국내에는 2011년 12월4일 출시된 이후 PC방 점유율 1~2위를 놓치지 않으며 두터운 팬층을 자랑합니다. 자연스럽게 프로대회인 LCK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LOL은 글로벌 최고 인기게임으로 수년째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게임 운영사인 라이엇 게임즈도 국내 팬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은행은 유스브랜드 '스무살우리'를 라이엇게임즈의 홍보 활동과 병행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했고 실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우리은행이 이번 스폰서쉽 협약을 기반으로 출시한 LCK우리체크카드는 지난달말 기준 1만4000좌가 개설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우리은행은 내년까지 스폰서쉽을 유지하면서 2030 고객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 금융과 e-스포츠, 10년 공백과 미래투자  

금융업계가 e-스포츠를 후원한 것은 2010년 하나대투증권이 후원한 스타크래프트 리그 이후 10년 가량 전무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구기종목 등과 달리 e-스포츠가 갖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우선 e-스포츠의 경우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게임을 개발한 게임사에게 운영등에 대한 권한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게임사에 큰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게임사가 유통하거나 개발한 게임 대회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거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블리자드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공식 대회인 HGC(Heroes Global Championship) 올해부터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회사의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이와 관련 금융사 한 관계자는 "금융업계 식 표현으로 e-스포츠는 '변동성'이 큰, 리스크가 있다. 승부조작이 있었던 사례가 있는데 그 파급효과가 대회의 존폐를 좌지우지 할 정도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다른 구기 종목 등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사의 의지와 달리 게임사와 게임 자체 리스크가 금융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수 있고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돈을 투자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업의 핵심은 신뢰와 안정입니다. 자칫 게임사 문제로 신뢰와 안정이라는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사가 게임대회를 개최하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게임리그는 그 개발사가 내놓은 게임 대회만 개최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홍보효과가 '제로'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팬층의 연령대도 한계로 꼽힙니다.

e-스포츠가 대중화 되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주요 팬층은 여전히 1020세대입니다. 30대의 경우도 초반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반면 금융사의 주 고객층은 많은 돈을 예치하거나 투자하고 큰 금액을 대출하는 4050세대입니다. 이들은 e-스포츠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 e-스포츠 투자비에 비해 기대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금융사들이 오랜 기간 골프대회를 후원하거나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주 고객층이 선호하는 스포츠에 후원하는 것이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여러 한계가 있음에도 금융사들이 지난해부터 다시 e-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 팬들도 시간이 흐르면 금융업계의 주 고객층이 됩니다. e-스포츠 팬 연령대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e-스포츠도 골프처럼 끊김없이 금융사와 함께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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