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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KB 브릿지' 개발과 '페인 포인트'

  • 2019.07.25(목) 11:27

국민은행, 정책자금 플랫폼 개발
2만개 정책자금 한데 모으는데 1년 걸려
"정책자금 신청 등 너무 복잡" 토로

모바일 플랫폼 시연 중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지난 24일 KB국민은행 본점에서 2만여 개의 정책자금을 담은 플랫폼 'KB 브릿지(bridge)' 시연회가 열렸다. 자영업자는 이 플랫폼에 자신의 사업자번호만 입력하면 맞춤형 정책자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날 KB 브릿지를 직접 사용해본 조명 컨설턴트는 "컨설턴트조차 정책자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며 "사업자번호 하나만으로 정책자금을 추천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생각보다 개발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다"며 "시간이 꽤 걸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불편한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해소하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1년이다.

김재관 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 부장은 "자영업자 648명 인터뷰를 통해 어떤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평)가 있는지 찾았다"며 "창업초기부터 성장까지 전 기간에 걸친 문제는 자금조달이었다"고 전했다.

정책자금은 저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문제는 정책자금이 너무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내 430개 기관에서 2만여 개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강계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컨설팅지원실장은 "현장에서 민원인들과 많은 마찰이 있다"며 "시기를 놓쳐서 지원이 안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 중에 정책자금을 운영하는 곳이 2만 군데가 넘는데 (정보는) 다 분절 돼있다"며 "누가 뭘 가졌는지 파악하는 부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KB 브릿지는 '정책자금을 한곳에 다 모으고 간단하게 맞춤식으로 추천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국민은행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도록 구현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한 자영업자의 사업자번호를 입력하자 2만여 개의 정책자금 중 1534개가 유효한 것으로 표출됐고, 이중 이 사업자에 맞는 10여 개의 정책자금이 맞춤형으로 최종 추천됐다.

시연회가 끝날 무렵 김연희 대표는 "여기에 금감원장이 있으니 말씀 더 드리겠다"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이 앱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여러 기관의 정보나 업무의 프로토콜을 끌어오고 통일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정책자금을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없다. 모든 부처가 서류를 직접 작성하거나 팩스를 보내는 등 오프라인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앱 안에서 원스톱으로 정책자금을 신청까지 할 수 있도록 금감원장이 힘을 써 달라"고 건의했다.

윤석헌 원장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중은행이 자영업자의 '아픈 곳'을 해소해주겠다며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2만여 개의 정책자금을 한데 모은 플랫폼을 개발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할 일을 시중은행이 하면서 정부에 읍소하는 아니러니 모습이었다. 정책자금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또 얼마나 많은 걸릴지 모른다.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일에는 '페인 포인트'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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