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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오해받는 '오리지널 코리안'

  • 2019.08.01(목) 17:16

일본제품 불매운동, OK저축은행에 의심
지배구조 정점 최윤 회장, 한국 국적 고집한 교포3세
의미없는 흔적만 남은 일본 페이퍼컴퍼니로 오해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억울하다는 저축은행이 있다. 바로 OK저축은행이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라는 점에서 그가 운영하는 금융회사는 모두 일본계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일본기업 리스트에서 OK저축은행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OK저축은행은 과연 일본기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OK저축은행은 한국기업이다.

◇ 한국서 사업하던 일본계 대부회사 인수…꼬리표의 시작

최윤 회장은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다. 나고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나고야 토박이지만 귀화를 하지 않아 지금도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졸업 후 요식업에 진출해 '신라관'이라는 한식당을 차려 큰돈을 번다. 이를 바탕으로 최윤 회장은 2002년 자본금 10억원을 들여 한국에 '원캐싱'이라는 대부업체를 세운다.

이후 2004년 재일상공인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일본계 대부업체인 A&O그룹의 계열사 7개를 인수, 이를 합쳐 '러시앤캐시'를 설립한다. 2009년에는 여성전문 대부업체 '미즈사랑'도 출범한다.

당시 원캐싱과 러시앤캐시, 미즈사랑은 모두 일본계 대부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설립당시를 기준으로 원캐싱의 경우 일본인 주주의 지분이 20% 있었으며,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은 일본법인이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배한 정점은 최윤 회장이 세운 J&K캐피탈이다. J&K캐피탈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설립됐다. 최 회장이 J&K캐피탈을 일본에 세운 것은 일본법원이 A&O그룹의 인수 조건을 '일본법인이어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인 최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일본에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J&K캐피탈은 최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법인을 갖고 있는 셈이다.

◇ OK저축은행, 지분 따져봐도 한국기업

최 회장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 때문에 그동안 한국에서 사업도 쉽지 않았다.

저축은행 진출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자는 게 그의 계획이었지만,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할 때마다 '서민금융기관을 일본계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당국에 의해 좌절됐다. 6년 동안 9번의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바꾼 것은 2014년 성사된 OK저축은행 인수다. 당시 최 회장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의 인수에 성공한다. OK저축은행의 전신이다.

9전 10기 성공 비결은 대부업 청산이다. 최 회장은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영위하고 있는 대부업체를 모두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다.

J&K캐피탈 산하의 대부업체가 가진 채권은 오는 2024년까지 모두 OK저축은행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정리된 대부업체들은 폐업할 예정이다. 일본계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는 것이다.

최근 이슈의 핵심은 OK저축은행의 국적이다. 현재 OK저축은행의 보통주 기준 대주주(98%)는 아프로서비스그룹대부다.

아프로서비스그룹대부의 대주주(98%)는 최 회장이다. 한국에서 설립되고 대주주도 한국인이다. 한국기업이란 얘기다.

나머지 2%는 자사주며 지분율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우선주 7만5000주(보통주 대비 3.6% 수준)를 한국법인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가지고 있다.

OK저축은행의 나머지 2%를 가지고 있는 곳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대주주는 J&K캐피탈이다.

◇ 업계 "OK저축은행은 한국기업…오히려 칭찬해야"

저축은행업계는 OK저축은행 지분 구조를 보더라도 일본계로 볼 이유가 없다고 평가한다. 98%를 가진 아프로서비스그룹대부와 2%를 소유한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모두 한국에 설립된 한국법인이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대주주인 J&K캐피탈도 결국 한국인인 최 회장이 100%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일 뿐이다. 그동안 배당도 한 적이 없어 J&K캐피탈이 얻은 이득도 없으며, 최 회장의 대부업 청산 과정에서 함께 청산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OK저축은행은 한국기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총 4곳이 있다고 밝힌 일본계 저축은행 명단에 OK저축은행은 없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의 OK는 오리지널 코리안이라는 뜻"이라며 "OK저축은행이 한국기업이라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일교포 3세가 한국국적을 유지하며 현지에서 사업을 벌인 뒤 한국에 돌아와 금융회사를 일군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칭찬할 일"이라며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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