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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푼' 금융권,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되면 걱정

  • 2019.08.05(월) 17:10

금융당국 6조+시중은행 4조 '선제적 지원'
일본 경제보복 장기화 시 은행업계도 파장
"일본 외 미국,중국,북한 발 대외리스크도 문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에 약 10조원의 신규 자금이 지원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선 단기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도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금융업계, 10조 투입 '선제적 대응'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오는 28일 발효되는 만큼 피해 규모 등을 당장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피해 예상 기업들에 대해 금융당국과 민간 시중은행은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신규 공급되는 자금 규모는 약 1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먼저 금융당국은 지난 3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중견‧대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 만기를 1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금융기관도 6조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인 시중은행도 동참한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은행은 일본 수출 규제 확대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 대출만기 연장, 분할상환 유예, 0.3~2%포인트 금리우대, 4조원 이상의 신규대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TFT(태스크포스 팀)도 가동했다.

◇ 장기화 되면 은행도 '빨간불' 

금융당국은 이번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기업의 수익성 저하, 부실화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외부충격인 만큼 은행의 수익성 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할 경우다. 이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자금을 댄 은행에게도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시국에 은행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산(자금지원)을 뺏을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장기화 할 경우 자금을 지원한 은행도 자산건전성, 수익성 등에 악영향이 갈 확률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간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따라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려왔다. 특히 은행의 기업 대출 중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제조업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

은행의 기업 대출 중 제조업 대출 비중을 보면 ▲신한은행 32% ▲KB국민은행 30% ▲KEB하나은행 24% ▲우리은행 27% ▲ NH농협은행 21% 등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화로 제조업의 불황이 확대되면 은행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 하면 결국 제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인데 현재 은행의 기업대출 중 제조업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해 대출의 연체나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 자본건전성과 순익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큰 폭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사진은 신한은행 딜링룸. 사진=이경남 기자 lkn@

◇ 일본만 문제가 아니다 

은행업계는 우리 나라를 둘러싼 변동성이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동성으로 지목돼 왔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약 364조원)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면서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달 25일과 31일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고 있다.

일본‧미국‧북한 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5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에 비해 5.6원 오른 1203.6원에 개장해 장중 1218.3원까지 치솟았다. 3년5개월만에 최고점이다.

주식시장도 요동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5.91포인트 하락한 569.79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커지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수 급락에 따른 사이드카 발동은 3년 1개월 만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장 예상에 못미쳤던 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재점화,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드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비이자 이익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이전에 국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하반기가 될 것이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조기종료되면서 불확실성이 하나 줄었으면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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