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암, 치매보험, 어린이보험 등 질병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기존 대비 높아지고 해약환급금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손해보험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던 생보사의 질병보험 해약공제액이 내년 4월부터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약공제액이 늘어나면 보험사가 보험료에서 영업수당 등 신계약비로 뗄 수 있는 규모가 커져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편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가 서로 달리 적용했던 제3보험(건강보험)의 해약공제액 산출 기준이 손보사 중심으로 일원화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3보험의 해약공제액을 산출할때 생보와 손보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보험업권간 보험상품별로 유·불리가 발생한다"며 "원가분석 없이 영업경쟁만을 위해 사업비를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해약공제액 산출기준을 일원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보사의 경우 상해보험의 해약공제액이, 손보사는 질병보험의 해약공제액이 높게 책정돼 생·손보사 모두 가장 높은 해약공제액 한도를 적용해 사업비를 과다 책정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실제 금융위가 대표적인 보험상품을 꼽아 비교해본 결과 생보사의 경우 상해보험에서 손보사의 3.4배 높은 해약공제액을, 손보사는 질병보험에서 생보사 대비 1.6배 높은 해약공제액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공제액은 설계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인정해 보험계약이 조기에 해지될 경우 소비자가 낸 보험료 적립금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한 금액이다. 해약공제액이 클수록 사업비는 증가하고 그만큼 환급금은 낮아진다.
손보사 중심으로 기준이 통일되는 만큼 손보사에는 영향이 없지만 생보사가 판매하는 건강보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약공제액 기준 차이는 생보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이 더 크지만 생보사의 상해보험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영향은 암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어린이보험 등 생보사가 판매하는 질병보험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손보사 대비 1.6배 낮게 책정됐던 질병보험의 해약공제액이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 왔던 상해보험의 표준해약공제액은 낮아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상해보험을 많이 팔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보다 많이 판매하는 질병보험에서 영향이 더 크다"며 "질병보험의 해약공제액이 커지면 암, 치매 등 질병위주 보험에서 현행보다 신계약비(보험모집수수료)를 더 많이 차감할 수 있게 되고 영업쪽에서는 수당을 높일 수 있어 보험료도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계약비 인상은 회사의 선택이기 때문에 회사별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높게 올리는 곳과 낮게 올리는 곳과의 격차가 상당히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질병보장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보험사의 경우 기존대비 공격적으로 수당 등을 높여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해약공제액이 확대되면 사업비가 올라가는 만큼 보험료는 높아지고 그만큼 해약환급금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상품에서는 해약공제액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보사는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을 나눠 보험금을 기준으로, 손보사는 이를 나누지 않고 순수 사망 대비 위험률에 따른 보험료(발생가능성)를 기준으로 해약공제액을 매겨 동일상품에 대해 생·손보간 차이가 발생했다"며 "보험료는 높은데 보험금을 낮게 책정했던 부분에서 생보사의 표준해약공제액이 기존보다 커지면 보험료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방적으로 보험료가 오른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보험료가 낮은데도(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지급할 보험금을 크게 잡아 해약공제액 한도를 높게 잡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금 기준이 아닌 발생가능성을 따진 보험료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존 대비 해약공제액이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