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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뱅 대주주 심사'처럼 애매한 심사중단 없앤다

  • 2019.08.12(월) 15:56

금융당국, '금융감독 혁신방안' 발표
'인허가 심사 종료제도' 등 도입
당국에 건의할 수 있는 '익명게시판'도 검토

KT는 지난 3월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에 올라서겠다는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냈다. 한달 뒤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위는 심사중단을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심사는 여전히 '중단' 상태다.

금융당국이 KT 사례처럼 심사중단 상태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황을 막기로 했다. 1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방안'을 보면 인허가 심사가 장기화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인허가 심사중단 최대기간 설정, 인허가 심사 종료제도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혁신방안에 앞서 금융위가 내놓은 '심사 관행 개선안'과 비교하면 '인허가 심사 종료제도'가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 6월 금융위는 공정위·국세청 등의 조사의 경우 조사 착수 후 6개월 이내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심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이 6개월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중대범죄가 아닌 경우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인허가 심사 종료제도'는 일정기간 심사가 중단될 경우 심사 자체를 종결시켜 신청인(금융회사)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제도다. 대신 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다시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처럼 심사가 중단될 경우 신청자 입장에선 언제 심사가 재개될지 알 수 없고 심사속개를 요청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인허가 심사 종료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심사 '불승인' 제도가 생기는 셈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애매하게 심사 단계에서 중단하지 말고 심사 자체를 종결시키는 제도"라며 "실무적으로 심사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 안건으로 심사 종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심사 종료제도가 법 개정 사항인지 규정만 고치면 되는지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인허가·등록 신청서류 접수를 '민원 접수'처럼 거부 없이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신청서류를 임의로 거부할 수 없도록 업무지침에 규정화한다는 방침이다. 불필요한 서류제출 요구, 이유 없는 인허가 신청접수 거부·지연 등 소극행정·갑질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서류미비, 명백한 요건 결여 등은 반려를 허용키로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금융당국이 인허가 서류도 잘 안받아주고 질질 시간을 끈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제도적으로 민원처럼 접수 거부 자체가 없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12일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금융위]

◇ '익명게시판' 만들어지나

이날 '금융감독 혁신방안'에는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원수리'할 수 있는 '익명신청제도'도 포함됐다.

익명신청제는 금융회사가 감독당국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법령해석, 비조치의견서를 신청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힐까봐 의견이나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다.

신청자가 익명처리를 희망하면 접수·사실관계 확인 등을 타부서(법무소관)가 담당하거나 온라인상 익명을 보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완전히 익명으로 운영될 경우 무책임한 주장이 접수될 수 있어 감찰과 같이 독립적인 부서가 우선 접수해 누가 신청했는지 모르게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금감원, 검사 처리 늦어지면 금융위에 보고해야

금감원의 검사 처리기간도 규정화된다.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검사종료 이후 검사결과 통보 등 처리완료까지의 기간을 '검사·제재규정 및 세칙'에 반영한다. 현재 금감원은 검사품질매뉴얼을 통해 종합검사 180일, 준법성검사 152일 등을 표준처리기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감원은 표준처리기간을 초과하는 검사에 대해 반기별로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도 검사기간중에 충분한 해명할 자기방어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표준처리기간을 너무 짧게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금융감독 혁신방안'에는 명시적 금융규제 789건, 행정지도 39건, 금융협회 자율규제 282건 등에 대한 규제를 일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법령개정 수요가 많은 보험법규를 시작으로 금융위 소관 규제에 대한 전수 조사·정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 등이 아닌 한 적극적으로 면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적극적 업무수행을 위해 금감원 직원이 발생시킨 경과실에 의한 손해배상도 책임 면책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금융회사가 수용하지 않고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법원의 최종판단이 날때까지 분쟁 관련 부문에 대해선 준법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종합검사 사전통지를 현재 1주일 전에서 1개월 전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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