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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700억 투입 KDB인베스트먼트…"왜 만들었나?"

  • 2019.10.15(화) 15:39

정무위 국감, 산은 자회사 설립두고 공방
이동걸 "산은 한계…사업 구조조정 맡을 것"
산은 부행장보다 연봉 높은 시장 전문가 영입

이동걸 산은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KDB산업은행이 지난 7월 700억원을 투자해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설립한 KDB인베스트먼트가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산은이 해야할 구조조정 업무를 자회사에 맡길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이 잇달아 제기됐다. 산은은 부실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명백한 한계"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를 만든 이유는 자체 구조조정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맡아왔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시장에 되파는 식이다.

문제는 산은이 '재무적 구조조정'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 기업가치를 살릴 '사업 구조조정'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이 KDB생명에 8488억원을 출자했는데 2017년 4376억원 손상차손(손실)이 발생했다"며 "대우건설은 2009년 펀드를 설립해 2조7440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8월 펀드를 청산하니 3606억원이 남았다. 손실률이 87%에 달한다"며 산은의 사업 구조조정 능력이 한계에 직면한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럼 산은은 뭐하냐"

하지만 정무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KDB인베스트먼트 설립 배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적으로 필요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산은의 존립근거"라며 "산은이 직접해야 할 일을 밖에 (KDB인베스트먼트를)차려서 하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그럼 산은은 뭐할 거냐'고 묻자 이 회장은 "초기단계에서 시급한 재무적 구조조정을 담당하겠다"고 답했다.

"산은 임금체계 문제 때문" 

산은이 내부에 사업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하지 못하는 것은 연봉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산은의 임금체계 문제 때문에 시장 전문가를 단 한명도 채용하기 힘들다"며 "산은 내부 조직에 부행장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직원을 채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시장 전문조직(KDB인베스트먼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KDB인베스트먼트에는 저희(산은) 임원진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 시장의 전문 인력을 많이 채용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산은의 상임임원 평균 연봉은 3억1385만원이다. 현재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산은 출신 이대현 대표가 맡고 있고 외부 경력직 등을 포함해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에 한해 비용이 50억원은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임대료 비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 의원은 "산은이 직원 일자리를 만들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외부입김 차단 위해"..산은 100% 자회사의 독립성?

산은이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를 따로 설립한 이유는 또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부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고용진 의원은 '산은 구조조정실이나 PE실은 정치권과 노조의 압력에 자유로왔다 말하긴 어렵죠'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특히 과거 정부에선 그 영향이 막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산은의 100% 자회사이면서 산은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정치권이나 노조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GM까지 관리" 

산은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구조조정만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 산은이 출자한 회사와 구조조정 기업을 모두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KDB인베스트먼트에 1차적으로 대우건설이 이관됐고 앞으로 노하우가 쌓이고 조직이 정비되면 추가적으로 이관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 한국GM 등도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장기적으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KDB인베스트먼트를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의 구조조정 업무는 줄이는 대신 4차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늘려 미래 먹거리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국감에서 이 회장은 "앞으론 기업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조달해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은 힘들어졌다. 이에 대비해서라도 시장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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