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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 제도권 진입 위한 숙제 '협회 통합' 가능할까

  • 2019.11.08(금) 13:47

'부동산 전문 vs 신용 전문' 협회로 나뉘어 갈등
P2P금융법에 따라 단일협회 구성해야
대화 채널 가동 시작…"일단 협력 공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P2P 금융업계가 다른 고민에 빠졌다. 제도권 금융 진입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P2P 금융업계는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협의회'(마플협)로 양분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P2P 금융법)에 따라 P2P 금융업계는 단일 협회를 구성해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갈등 관계였던 두 협회가 소통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회의 통과만 남은 P2P금융법 제37조부터 42조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의 설립에 대한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협회는 법인으로 하며 사무소와 지회를 둘 수 있다. P2P 금융업체는 협회 가입이 필수의무이며 협회는 금융당국과 협력해 회원사에 대한 지도와 권고, 자율규제, 민원, 공시, 표준약관 제·개정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특히 이 법에 따른 법정 협회가 아니라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이라는 쓸 수 없으며 곧 제정될 대통령령에 따라 'P2P'라는 명칭도 사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같은 단일협회 규정은 P2P 금융뿐만 아니라 은행과 저축은행, 여신금융, 보험, 금융투자업계, 대부업 등 모든 제도권 금융에서 법에 따라 강제되는 내용이다.

문제는 P2P 금융업계가 현재 두 협회로 나뉘어 크고 작은 갈등을 이어오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먼저 생긴 것은 한국P2P금융협회다. 2015년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뒤 2016년 현재 이름으로 바꾸고 이승행 미드레이트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현재는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가 3대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는 한국P2P금융협회가 유일한 P2P금융 협회였지만 지난해 5월 분열이 시작됐다.

이승행 초대 한국P2P금융협회장의 학력 위조 논란과 일부 회원사의 사기대출, 횡령, 연체율 급등, 대표 잠적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일부 P2P 금융업계 상위업체들이 한국P2P금융협회를 탈퇴한 것이다.

분열의 방아쇠는 지난해 5월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P2P연계대부업자 실태조사 결과 및 투자자 유의사항'이다. 발표에 따르면 당시 일부 P2P업체들에서 부동산 PF와 후순위 부동산 담보대출 등 부동산 경기 하락 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출 쏠림 현상이 있었다.

금감원 발표 다음날 곧바로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 등 3곳이 협회를 탈퇴했다. 8퍼센트의 경우 국내 최초의 P2P 금융회사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컸다. 이들은 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곳들로 부동산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다른 업체의 운영행태를 비판하며 자율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탈퇴한 업체들이 그해 10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의 '디지털금융협의회'를 발족하면서 결국 P2P금융업계에 두개의 협회가 생기게 됐다.

이후 디지털금융협의회는 이름을 현재의 마켓플레이스협의회(마플협)로 바꾸고 펀다와 모우다를 새로운 회원사로 받아들였다. 특히 모우다의 전지선 대표는 한국P2P금융협회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상황에서 마플협으로 자리를 옮겨 충격을 줬다.

양 협회를 비교하자면 회원사 수와 대출잔액 등 규모 면에서는 한국P2P금융협회가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는 총 45곳이며 누적대출잔액은 5조535억원이다.

반면 마플협은 회원사 5곳이고 누적대출잔액은 7477억원으로 한국P2P금융협회의 15%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비교로 우열을 가려 단일협회 합류를 강요하기는 힘들다. 이번 P2P 금융법 제정은 마플협 소속의 회원사들과 마플협의 상위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중기청, 대한상의 등이 힘을 합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마플협 회원사는 국내 P2P 금융업의 신용대출 부분의 83.4%를 점유하고 있다. 결국 P2P 금융업계는 부동산대출 중심의 한국P2P금융협회와 신용대출 중심의 마플협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양 협회는 P2P 금융법 제정을 위해 일단 손을 잡은 상태다. 분열 이후 지금까지 반목을 거듭해 왔지만 제도권금융 진입이라는 큰 목적을 위해서는 다시 손을 잡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양 협회는 최근 단일협회 구성을 위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구성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인 김성준 렌딧 대표와 한국P2P금융협회 회장을 맡은 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가 준비위원이다.

준비위 한 관계자는 "현재 준비위 실무진 구성을 위해 양 협회의 회원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업계가 두 협회가 나뉜 것은 안타깝지만 제도권금융 진입과 업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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