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가 또 숙원을 해결하지 못했다. 통합협회를 구성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 업계 1·2위 업체가 각자 주도하고 있는 두 개의 협회가 서로 승인을 내달라고 신청한 결과다. 업계 1·2위 업체간 다툼 탓에 통합협회 구성이라는 대의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보호와 규제 대응 등 상조업계의 통합 협회 출범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수년간 갈등만 싶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협회 출범은 올해도 어렵다는 것이 상조업계의 의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상조산업협회와 한국상조산업협회 2개의 사업자단체 모두 등록을 불승인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업자단체의 대표성과 사업실현가능성 등에서 미흡했다는 게 공식적인 불승인 이유다. 대표성이 미흡하다는 것은 '1업계·다(多)협회'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업계가 먼저 통합협회를 출범하는 것이 사업자단체 인가의 조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송상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9년도 선불식 할부거래 분야 발전을 위한 워크숍'에서 "협회가 2개인 것보다는 통합된 형태로 합치는 게 어떤가"라며 "통합된 단일 형태의 협회를 인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협회 통합이 인가의 조건이라는 얘기다.
공정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통합협회 출범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상조업계에는 프리드라이프를 주축으로 한 24개사가 참여한 '한국상조산업협회', 보람상조를 중심으로 한 총 22개사가 참여한 '대한상조산업협회'가 있다. 두 협회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 4일 동시에 출범했다. 두 곳 모두 설립총회 직후 공정위에 사업자단체 승인 신청을 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이처럼 두 협회가 동시에 출범한 것은 이를 주도한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의 갈등 때문이다.
보람상조는 지난 2009년부터 광고에 '대한민국 1위 상조'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하지만 프리드는 2010년부터 자신들이 선수금과 자산총액에서 1위라며 2013년 보람상조의 광고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당시 법원이 신청이 받아들이자 보람상조는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기각됐다.
아울러 프리드는 보람상조의 광고를 두고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냈다. '우리가 진짜 1위'라는 대응을 하느라 126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보람상조가 프리드에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어디가 진정한 1위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두 업체가 업계 1·2위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결국 이같은 법정 다툼 끝에 두 업체의 사이는 화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합협회의 출범도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현재 프리드는 상위 업체 주도로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람상조 측은 중견·중소업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도 결국 각각의 이익에 맞춘 주문이다.
프리드라이프는 한 개의 회사로 구성된 구조다. 반면, 보람상조는 총 4개의 상조업체가 연합(보람상조개발·보람상조라이프·보람상조애니콜·보람상조피플)된 형태다.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양 협회에 어느 쪽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조회사도 많다"며 "업계의 공감을 얻기보다는 경쟁사 때문에 서둘러 협회를 세우고 사업자단체 허가신청을 내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들어 난립구조가 해결되고 있어 폐업하는 업체도 없어지고 있는데 상위업체의 밥그릇 다툼 때문에 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기회를 잃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