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 발급이 가능한 '비대면 발급 전용 신용카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절감이 가장 큰 이유다.
앱이나 인터넷은 오프라인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다 보니 더 다양한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비용이 절감된 만큼 혜택을 더 담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카드모집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내년이면 정식으로 활동하는 카드모집인수가 1만명을 밑돌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카드사는 더는 카드모집인을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카드사들도 모집인 채용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 카드사, 비대면 전용카드로 비용절감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상품수익성 분석 합리화 태스크포스(TF) 결과가 늦어지면서 카드사들은 신규카드보다는 기존 카드를 조금 수정한 리뉴얼 버전을 내놓는 추세다.
이런 리뉴얼 카드들의 특징은 대부분이 비대면 발급 전용카드로 나온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카드는 프리미엄카드인 'the Red Edition3'를 'the Red Edition4'로 리뉴얼하면서 비대면 전용카드로 내놓았다. 앞선 버전은 모집인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이 카드는 연회비는 비싸지만 20만원 가량의 바우처와 사용금액에 따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M포인트를 10만점 준다. 또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PP(Priority Pass)카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같은 혜택을 담기 위해서는 모집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카드사의 설명이다. 고객의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비용절감의 필요성은 커지다 보니 고비용채널을 아예 배제하고 카드를 설계한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우리카드의 베스트셀러인 카드의정석 시리즈 중 'DA@카드의정석'과 'D4@카드의정석', 롯데카드의 '라이킷 시리즈', 하나카드의 ''#tag1 시리즈', KB국민카드 '파인테크 시리즈', 삼성카드 'taptap O', 신한카드 'Always FAN' 등이 비대면발급 전용카드로 나왔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술의 발달로 모바일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간편하게 비대면 카드신청이 가능해지면서 고비용 채널을 통해 고객유치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금융업무를 위해 필요한 서류들도 전보다 많이 간소화되면서 저비용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카드모집이나 대출상담, 예·적금 등이 금융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비용 모집인 설 자리 잃어…하나카드, 모집인 제로 선언
이같은 상황으로 전통적인 카드모집인들은 설 자리가 크게 줄고 있다.
카드사는 카드모집인이 신용카드 한장을 판매할 경우 약 10만~15만원 수준의 수당을 준다. 비대면채널을 활용하면 아낄 수 있는 비용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국내 7개 전업계 카드사에서 활동하는 카드모집인 수는 총 1만1499명이다. 카드모집인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본격화 되기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5만명을 유지했다. 9년여 만에 카드모집인 5명 중 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모집인이 줄다 보니 카드사 영업점포도 통폐합되고 있다. 지난해말 전국에 총 261곳의 카드사 영업점포가 있었는데 반년 만에 198개로 63곳이 사라졌다. 영업점포 통폐합을 통해서는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관리비 등을 아낄 수 있다.
하나카드는 아예 카드모집인을 더이상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지난 4월부터 카드모집인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 고용 중인 카드모집인도 단계적으로 줄이는 중이다.
하나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비용절감이 가장 시급한 카드사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7.8% 줄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아직 덜 된 상황에서 가맹점수수료 인하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는 모두 카드모집인 규모를 최소화 하는 중"이라며 "남아있는 모집인들도 비대면에 적응한 고객들을 상대로 영업이 쉽지 않아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